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이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 중일 때 경기도 공무원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과잉 의전’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당 공무원에게 지시를 한 배 모 전 사무관이 2일 사과했다. 그는 해당 의혹에 대해 모두 자신이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설 명절인 1일 경북 봉화군 선산에서 부모님 산소를 성묘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배 전 사무관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입장문에서 배씨는 “제가 전 경기도 별정직 비서 A씨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당사자인 A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배씨는 A씨에 대한 ‘갑질’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다”며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고 썼다.

‘대리 처방’의혹에 대해서는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다”며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호르몬제를 복용한 사람이 김씨가 아닌 자신이라는 주장이다.

또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제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했다. ‘심부름’ 등의 과잉 의전 요구가 이 후보 부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野 “이재명·김혜경 지시 없고 배씨 과잉충성 해명은 꼬리 자르기 궤변”

국민의힘은 “김씨가 저지른 공무원 사적 유용은 단순 과잉 의전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입장이다. 원일희 선대본부 대변인은 “증언과 증거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 후보나 김씨가 지시한 적이 없고 공무원이 과잉 충성했다는 식의 해명은 꼬리자르기 궤변 그 자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원 대변인은 “김씨가 무슨 약을 처방받길 원하는지, 언제 병원에 가는지, 아들이 언제 퇴원하는지, 김혜경 씨 단골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자택으로 배달을 언제 할지, 집안의 냉장고와 옷장 정리를 어떻게 할지 이 후보나 김씨 모르게 공무원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는 “김씨의 공무원 사적 유용은 ‘공무원에게 사적 노무를 요구하면 안 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 13조2항 등을 위반한 행위”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의 부인이 공무원에게 사적으로 일을 시키는 건 불법이고 국고 낭비 행위로 행정안전부가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는 2021년 1월1일 공무원 행동강령 운영세칙까지 마련했다. 직무권한을 넘는 부당행위를 감시할 ‘행동강령 책임관’까지 뒀다고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발표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어 “5급 사무관을 수행비서로 두는 건 국무총리급 의전”이라며 “아무런 권한도 없는 김혜경 씨가 어떤 권한으로 국무총리급 의전을 누렸다는 것인지 이 후보는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원 대변인은 배씨에 대해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부터 데리고 있던 직원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특별채용해 부인 수발을 드는 임무를 맡겼다가 대선후보 캠프까지 데리고 온 인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선대위는 명백한 불법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이 후보와 김씨, 배씨에 대해 직권남용죄와 국고손실죄 혐의로 이미 고발했다.

◇다음은 배 전 사무관 입장문 전문

저는 배○○입니다.

제가 전(前) 경기도 별정직 비서 A씨에게 각종 요구를 하면서 벌어진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당사자인 A씨와 국민 여러분, 경기도청 공무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면목 없게도 최근에서야 제가 A씨에게 했던 일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돌아보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을 A씨에게 요구했습니다. 이 후보를 오래 알았다는 것이 벼슬이라 착각했고,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적인 선을 넘는 요구를 했습니다.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A씨의 불만과 반발은 당연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비판도 마땅한 지적입니다.

늦은 결혼과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남몰래 호르몬제를 복용했습니다.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합니다. 도지사 음식 배달 등 여러 심부름도 제 치기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무런 지시 권한이 없었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A씨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습니다. 그래서 A씨에게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도조차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이 밖에도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잘못이 더 있을지 모릅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진행되는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 아울러 선거운동과 관련된 자원봉사 활동도 일절 하지 않으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며 살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일로 상처받은 많은 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