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측 선거대책위원회가 18일 현직 언론인 2명을 선대위 미디어센터 책임자로 영입했다. 이달 초까지 소속 방송사에서 뉴스 진행을 맡았던 사람들이다. 이에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에 “독립성 침해는 현재 언론보도를 탄압할 때 발생하는데, 언론활동을 정리하고 오는 것이므로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이정헌 JTBC 기자, 안귀령 YTN 아나운서 /더불어민주당 제공

민주당은 이날 오전 JTBC 기자였던 이정헌 씨와 YTN 아나운서였던 안귀령씨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JTBC 사회1부 차장과 중앙일보 국제부 차장, 도쿄 특파원 등을 거쳐 JTBC 아침뉴스 프로그램인 ‘뉴스 아침&’을 4년 6개월간 진행했다. 안 앵커는 YTN 뉴스 프로그램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뉴있저)’ 진행자로 활동해 왔다.

이 기자와 안 아나운서, 두 사람은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대변인으로 합류, 각각 선대위 미디어센터장과 부센터장을 맡게 됐다.

민주당 선대위 합류 직전까지 현직 언론인으로 방송 뉴스를 진행했던 두 사람의 합류를 두고 당장 이날 영입행사에서는 ‘민경욱 전 의원이 KBS를 그만두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 갔을 때 민주당이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언론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과 JTBC 기자협회는 이날 함께 입장문을 내고 “피와 땀으로 일궈온 신뢰의 이름을 정치권 입문을 도와줄 ‘티켓’처럼 여기는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우리는 이 전 기자에 대해 ‘선배’라는 호칭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치권에선 그가 지역구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특정 후보 캠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면서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지역구”라고 전했다. “JTBC는 ‘이상직 국회의원 일가의 편법 증여와 조세 포탈 의혹’ 연속보도를 통해 이 의원의 여러 의혹을 집중 보도하고 이스타항공 대규모 해직 사태의 본질을 추적했다”면서 “오로지 성역 없는 권력 감시를 위해 기자들이 발로 뛴 결과물이다. 소문조차 이 같은 구성원들의 노력에 대한 모멸”이라고도 했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지부장 신호)도 이날 ‘뉴스 진행자의 선대위 직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당분간 쉬고 싶다면서 앵커 자리에서 내려온지 불과 열흘 만의 캠프 직행”이라면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하루 아침에 저버린 것이고 공정방송을 위해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이들은 “민주당에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언론이 자신들만 탓한다며 입만 열면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더니 뒤에선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를 접촉해 캠프에 합류시킨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 행위인지 자문해보라”라고도 했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 권혁기 대변인은 “(언론) 독립성 침해는 현재 언론보도를 탄압할 때 발생하는데, (두 분은) 언론 활동을 정리하고 오는 것이므로 언론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박근혜정부 때 민경욱 전 의원이 간 것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권 대변인은 “언론인들은 행정부에 입성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훈련을 받고 자질을 갖춘 분들이고,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언론인들을 캐스팅해서 국정을 논했다”면서 “입법부와 선대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추구하는 삶의 질 개선, 변화와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모실 수 있는 인재”라면서 “언론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모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헌 신임 미디어센터장은 “우려하시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며 “지나친 기우였음을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