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을 공약했다. 모든 병사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병사 급여 예산은 연간 2조1000억원이다. 국민의힘은 이 공약으로 5조1000억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병사 급여 인상에 따라 함께 올라가게 될 장교와 부사관 급여는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어서,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짧은 글로 공약을 발표했다. 일반 병사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 병장 월급은 67만6100원이다.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게 윤 후보 공약인 셈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서 병장 월급을 2026년에는 약 100만원 수준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사 1호봉의 50%가 목표다. 문재인 정부가 세운 계획의 2배 넘는 금액을 윤 후보가 제시한 셈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윤 후보의 공약에 대해 “국가가 병사의 최저임금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윤 후보의 신념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국가가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반영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때 공약은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이었는데, 5년 뒤 윤 후보는 ‘100%’를 들고 나온 것이다.

선대본부는 “병사 급여 예산은 현재 연간 2조1000억원이나, 모든 병사를 최저임금(이상)으로 인상할 경우 추가로 5조1000억원 증가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세운 계획대로 병장 기준 급여가 약 100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병사 급여 예산은 연간 3조1000억원이다. 윤 후보는 이보다 4조1000억원을 더 쓰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한 것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54조6112억원이다.윤 후보의 병사 월급 인상에 따른 추가 예산 5조1000억원은 올해 국방예산의 9.3%에 해당한다.

선대본부는 “병사 봉급 인상 재원 5조1000억원은 예산지출 조정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라며 “부사관 등 직업군인의 봉급 및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조정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병사 봉급이 월 200만원이 되면, 장교와 부사관 급여 인상도 자연스레 뒤따르게 된다. 올해 하사 1호봉 급여는 170만원, 소위 1호봉 급여는 175만원이다. 병사보다는 급여가 높아야 하므로, 모든 직업군인의 급여가 수십만원씩 일괄 인상이 불가피하다.

병사 처우 개선은 윤 후보의 기존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예비역 병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군 복무) 채용 가산점이 없어지니 사기가 많이 위축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같은 강한 군대를 만들려면 병사와 군 간부에 대해서도 미국 같은 대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지난해 12월24일 병사 월급을 2027년까지 200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임기 내 징집병 규모를 15만명으로 축소하는 선택적 모병제를 전제로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