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의원총회에서 대다수 의원이 사퇴를 촉구했고,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이 지도부 사퇴를 언급했지만 장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 장 대표를 따르는 세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의총에서도 비서실장인 박준태 의원과 이진숙 의원 등 일부만 장 대표를 옹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도부에서도 김민수·조광한 최고위원만 장 대표를 지지하는 당권파로 분류된다.
사실상 세력이 와해된 상황에서 장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간 이유는 뭘까. 장 대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사퇴 시기와 방식을 저울질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 내년 8월 임기 만료인데 2월 이후 사퇴설 나오는 이유는…
장동혁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만약 장 대표가 임기 만료 전에 사퇴한다면 그 시점에 따라 차기 당 대표 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대표가 임기를 6개월 이상 남기고 궐위 상태가 될 경우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이때 뽑힌 새 대표는 전임 대표의 잔여 임기만 채워야 한다. 만일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전에 사퇴한다면 본인이 차기 당 대표에 출마해 재신임을 받더라도 임기는 내년 8월까지로 그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2년 임기의 당 대표직 재도전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장 대표는 내년 2월 이후 사퇴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전임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일 경우 임시전당대회 없이 원내대표가 대행을 맡고, 잔여 임기가 끝난 후 정식으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당헌에 규정돼 있다.
장 대표가 내년 2월 이후 사퇴하더라도 자진 사퇴보다는 축출당하는 모습을 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미 의원들의 지지를 잃은 장 대표 입장에서는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얻는 게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며 "자진 사퇴보다는 밀려나는 모양새가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도움이 될테니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 최고위원 전원 사퇴에 의한 지도부 해산 등은 가능성 낮아
장동혁 대표가 버티기를 계속하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한 지붕 두 가족' 다툼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가능성도 있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지도부가 해산되는 경우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해산된다. 장 대표의 정치적 동반자인 김민수 최고위원을 제외한 4명이 모두 물러나야 하는데, 이미 양향자·우재준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남은 건 김재원·신동욱 최고위원이다. 두 최고위원도 자진 사퇴할 경우 장 대표의 의사와 상관 없이 지도부가 해산되고 정점식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
다만 김재원·신동욱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당내 평가다. 신 최고위원은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에 힘을 보태기도 했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이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다음 총선까지 바라보며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 대표가 내년 8월까지 임기를 마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장 대표 거취에 대한 당내 불만이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차기 당권을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경쟁하려면 장 대표 입장에서도 지지층에 선명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별일 없이 임기를 마치는 건 오히려 원치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