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대표가 '6·15 남북정상회담 26주년' 기념식 행사장을 나란히 찾았다. 당 원로 집단인 동교동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오래된 당원 그룹으로부터 '정통성'을 인정 받기 위한 행보다. 두 사람이 같은 장소를 방문했지만, 아예 마주치지 않도록 일정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 차기 권력 싸움 격화 상황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김 총리는 15일 기념식이 열린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 오후 1시 49분쯤 도착했다. 그는 권노갑 전 상임고문을 비롯해 문희상·남궁진·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원로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동교동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계파를 뜻한다. DJ 당선을 도왔던 가신 그룹으로,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던 것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당시 동교동계 참모들 대부분이 현재 민주당에서 상임고문 등 원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김옥두 전 의원은 김 총리에게 "대통령을 열심히 도우라"는 취지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김 총리는 이어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조정식 국회의장과도 인사를 나눴다. 다만 취재진에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고 곧바로 행사장을 떠났다. 같은 시각 정 대표가 행사장에 도착했지만, 두 사람은 마주치지 않았다. 청와대와 여당이 6·3 지방선거 '서울·부산 패배' 책임을 두고 공개 대립하면서, 김 총리와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차기 당권 대립 구도도 선명해졌다.
김 총리가 떠난 직후 행사장에 도착한 정 대표는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강조하며, 임동원 전 장관과 박지원 의원 등 당시 협상 주역들을 일일이 호명하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오늘 선언문만이 아니라 그 선언을 만들어낸 분들 바로 피스메이커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며 임동원·정세현·박재규 전 장관 등을 모두 거론했다.
행사엔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참석했다. 정 대표는 과거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 당시 유력 대권주자였던 정 장관을 지원하며 일명 'DY계'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2007년 대선 때는 정동영 당시 후보 캠프 핵심 참모로도 활동했다.
정 대표는 정 장관과의 인연을 소개한 뒤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평화의 숨구멍이자 전쟁의 방지턱"이라며 "개성공단이 계획대로 완성돼 30만 북측 노동자와 3만 남측 노동자가 함께 일하게 된다면 그것이 곧 통일이자 평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언급했다. 정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며 "스스로를 페이스메이커로 규정하고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가장 잘 체현한 '피스메이커'라고 확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