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선거 후폭풍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자신들이 '진 선거'라고 주장하는 보기 드문 모습까지 보인다.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졌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후보를 내세웠지만 졌다"고 했다. 임 의원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출마를 설득하고, 선거 기간 캠프에서 지원을 한 민주당 TK 지역 핵심 인사다.
임 의원은 "대구경북 사람들은 '내란종식 국가 정상화'라는 민주당 슬로건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며 "대구경북 눈으로 보면 전략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거기간 동안 불거진 조작기소 특검법이나 스타벅스 사태가 '민주당이 권력을 남용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부추겼다"며 "그러니 높은 국정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표'는 민주당을 '견제'하는 데 쓴 것"이라고 했다.
이언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하며 "6·3 지방선거 결과를 마주하며 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며 사퇴한 첫 사례다.
국민의힘 역시 선거 패배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개혁 성향 초·재선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이날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패배했다"며 "광역단체장, 보궐선거, 당선인 수가 몇 대 몇이라는 것을 가지고 정신승리,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토론회 발제자를 맡은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장 대표는 이번 선거 때문에 입지가 없어진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략 비전을 만들 능력도, 보수를 통합할 능력도, 이길 능력도 없기 때문에 리더십이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조금 진 것을 이겼다고 얘기하면 이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국민의힘은 이기는 능력을 상실했다"고 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서울 도봉갑을 지역구로 둔 김재섭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기초단체장은 국민의힘 17곳, 민주당 8곳이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 8곳, 민주당 17곳으로 정확히 반대가 됐다"며 "이걸 보통 참패라고 부른다"고 했다.
장동혁 지도부에도 쓴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선거 내내 오세훈 시장과 장동혁 대표의 투샷이 안 보이게 하는 게 처음 설정했던 선거 전략이었다"며 "이번 서울 선거 결과는 윤어게인 세력과의 결별, 나아가 중도 지향적 보수 재건이라는 국민적 명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선거"라고 했다.
대구 북구갑의 우재준 의원도 대구시장 선거에 대해 "추경호 후보가 8%p 차이로 이겼지만 대구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패배라는 전제하에 많은 진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선거 패배를 자인하는 건 차기 당권 다툼과 연결돼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와 송영길 의원, 김민석 총리가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결과에 대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당원들의 표심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청래 대표의 무리한 공천과 내란 척결에 중심을 둔 선거 전략의 잘못으로 볼지, 아니면 대통령 공소취소를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문제였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역시 장동혁 대표의 거취와 지도부 책임론이 팽배해 있다. 장 대표가 사퇴를 일축했지만, 차기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과 장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의 사퇴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0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권파인 정점식 후보가 되느냐, 소장파의 지지를 받는 김도읍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국민의힘의 향방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