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가 더 이상 일방적인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는 신호가 이번 6·3지방선거에서 드러났다. 2호선 역세권을 중심으로 2030 청년층이 밀집한 지역에서 보수 성향이 강화되며 기존 정치 지형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대학가 알림판에 하숙 및 원룸 공고가 붙어 있다./뉴스1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관악구의 인구 총 47만8154명 중 2030에 해당하는 20~39세 인구는 19만6036명으로 약 40%에 달한다. 그만큼 관악구는 청년 민심을 대변하는 지역 중 하나다. 관악구는 민주당의 텃밭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오세훈 후보가 압승을 거둔 2022년 8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관악구는 민주당을 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한 2022년 대선에서도 관악구는 이 후보를 선택했다. 1만7340표 차이로 이 후보가 50.32%를 얻었으며,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관악갑과 관악을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민주당인 정원오 후보가 이겼지만, 동별 투표 결과를 자세하게 보면 '2030′의 민심 이탈이 확인된다. 정원오 후보와 오세훈 후보는 각각 51.68%(13만4851표)와 44.28%(11만5522표)를 얻었다. 하지만 관악구 동별 투표 결과를 보면 낙성대동에서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841표를 얻은 반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953표를 기록하며 112표 차로 앞섰다.

신림동에서도 정 후보가 단 70표 차로 근소하게 앞서는 데 그쳤다. 서림동과 남현동에서도 오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지하철 2호선 역세권과 가까운 곳으로, 2030 청년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2호선 역세권과 오피스텔·신축 주거지가 밀집해 청년 직장인 유입이 많은 지역에서는 판세가 뒤집히기도 하고 초박빙 접전이 벌어진 셈이다.

반면 전통적인 저층 주거지 밀집 지역이자 50대 이상 인구가 49%와 52%에 이르는 난향동과 난곡동의 경우에는, 정원오 후보가 각각 54.5%(6,028표), 54.4%(3,987표)를 득표하며 오 후보를 11~12%p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번 결과는 관악구가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모습과는 다른 양상으로, 이러한 차이가 벌어진 요인으로는 청년 취업난과 부동산 문제가 꼽힌다. 광주에서 올라와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씨(25·남성)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부모님과 다른 선택을 했다"며 "집값이 크게 오르고 취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과 일자리 문제에서는 오히려 보수 진영의 주장에 공감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인헌동에서 마포구로 출근하는 김모(30·여성)씨도 "솔직히 예전 같으면 별 고민 없이 민주당을 찍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에는 처음으로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지도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느꼈고, (오 후보 쪽이) 임대주택보다 재건축이나 아파트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 안정을 해낼 수 있을 같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관악구를 서울 정치 지형 변화의 '축소판'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중산층·직장인 청년층이 유입된 역세권 지역과 기존 저층 주거지 중심의 장기 거주 지역 간 정치 성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더 이상 관악은 일방적인 민주당 텃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정치가 기존의 강남 대 강북 구도에서 벗어나 세대와 계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