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세금 전쟁'의 막이 오른다. 국회는 10일부터 교육세와 법인세,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0일 세법개정안 토론회를 열고 심사 방향을 논의한 뒤, 13일부터 조세소위원회를 가동해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착수한다. 조세소위는 세법 개정 심사의 첫 관문으로 정부안을 포함해 500여 건의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통화에서 "현재 발의된 게 정부안까지 포함해 500여건"이라며 "쟁점별로 정리해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세율 두 배 인상…교육 경쟁력 강화 vs 목적세에 어긋나
이번 세법 심사에선 교육세 인상안이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교육세는 교육 시설 확충과 교원 처우 개선을 위해 걷는 목적세로 은행과 보험회사 등 금융사들은 수익의 0.5%를 교육세로 내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영업수익이 1조원 이상인 금융사에 적용되는 교육세율을 1.0%로 두 배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교육 인프라 확충과 교원 처우 개선 등 미래 교육 투자를 위한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81년 도입 이후 45년간 고정된 현행 세율로는 급증하는 교육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금리 상승기에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더 져야 한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민주당은 정부안을 지지하며 "교육투자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교육세로 운영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초·중·고 교육에만 사용돼 용처가 제한적이라며 인상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교육세 인상이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교육세 인하법안'을 발의해 연 수익 1조원 이하 금융사는 세율을 0.3%, 초과 구간은 0.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안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교육세는 목적세인데 은행은 교육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공제 확대 vs 세 부담 완화
조세소위원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밝힌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일괄 공제 8억원·배우자 공제 10억원, 총 18억원)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언급하며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여당에선 '부자 감세' 논란을 의식해 '동거주택 상속공제 확대'를 절충안으로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다. 현행 제도는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공제(최소 5억원, 최대 30억원)에 더해, 1세대 1주택을 10년 이상 부모와 함께 거주한 자녀가 상속받을 경우 최대 6억원까지 추가 공제를 허용한다. 여기에 일정 기간 이상 동거한 배우자도 추가 공제 혜택을 주자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최근 민주당 박홍근(10년 이상, 최대 9억원)·안도걸 의원(8년 이상, 최대 8억원)이 각각 발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속세 부담 자체를 대폭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인하하고, 배우자 상속 재산은 비과세로 전환하는 법안을 내놨다. 박수영 의원은 "상속세를 18억원까지 공제하겠다는 건 이 대통령 공약이었다"면서 "민주당과 한번 싸워봐야 한다"고 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엔 공감…세율 조정은 '난항 예고'
여야가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룬 사안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현재 연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이자·배당)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지만, 정부는 고배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을 종합소득과 분리해 과세하는 안을 제시했다. 정부안은 분리과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2000만원 이하 14%,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분 35%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최고세율을 25%로 대폭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앞서 "연 2000만원 이상의 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해서도 최고세율을 25%로 파격 인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내 의견은 엇갈린다. 이소영·김현정 의원 등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당내에선 "고배당 기업 투자자에게 혜택이 집중돼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세수 감소도 우려된다"는 반대 입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 감소 효과(5년간 1조7000억원)는 고배당기업 개인주주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서 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고소득층 중심의 감세 효과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정태호 의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당정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에 대해 "현재까지는 최초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조금 열어놓고 의견을 들으면서 연내에 정리하겠다"면서 "국회 내에서 25% 인하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만큼 정리된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법인세율 인상 여부를 두고도 여야 간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는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서 법인세율을 1%p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여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내린 것을 정상화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미관세 협상 등으로 경제가 어렵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세제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며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김상훈·김미애·최은석 의원 등이 기업 경쟁력 제고 등을 이유로 법인세 인하안을 각각 발의했다. 박수영 의원도 "지금 기업들이 다 어렵다. 굳이 법인세를 인상할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세법개정안 등 예산부수법안의 법정 심사 시한은 오는 30일까지다. 여권 관계자는 "시한을 넘기면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돼 여당이 심사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