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13일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 관련 정부의 늑장 대응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공관장 인사 공백과 책임 방기를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 전반의 부실을 문제 삼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외통위 국감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캄보디아에서 우리 청년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는데 시신이 두 달이 넘도록 국내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사태에 외교부가 매우 커다란 책임이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사건 건수가 2022~2023년엔 연간 10~20건 정도로 파악되는데 올해(8월 기준)는 330건으로 무려 3000%가 증가했다"면서 "외교부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공관장 인사 공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외교부가 운영하는 171개 재외공관 중 대사가 공석인 곳이 26곳, 총영사가 공석인 곳이 17곳으로 43곳이 공석"이라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요 공관장들에게 퇴임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해 주요 대사들이 다 공석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대사가) 공석인 자리에서 대학생 납치 살인 사건이 생긴 것"이라면서 "(공관장 임명 지연은) 정치 성향을 분석하고 사상 검증해서 내 편을 그 자리에 넣으려고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조 장관은 "캄보디아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국민께 죄송스럽다"면서 "가장 빠르게 수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석 문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해명했다.
여당인 민주당도 캄보디아 사태 관련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외국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되고 연락이 안 되는 사람이 300명인데 대사가 없다. 외교부 장관은 뭐하고 있나"라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대통령실이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해 관련)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고 하는데, 특단의 대책이 뭔가. 공군 1호기라도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일부 인원들이 협조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오늘 대통령실에서도 TF를 만든다고 한다. 외교부도 같이 참여하면서 세게 주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이용선 의원도 "캄보디아의 경우 작년과 올해에 걸쳐 납치 감금 신고가 10~15배 폭증하고 있고, 필리핀과 비교해 봐도 40~50배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계 범죄조직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지역으로 옮겼는데 대표적으로 캄보디아였던 것 같다"면서 "보이스피싱, 장기적출 등 중대범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해당 대사관이나 외교부의 이렇다할 조치와 대응이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전 주캄보디아 대사는 취임 때도 논란이 많았는데 취임 후 ODA(공적개발원조)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가 폭증했다"면서 "대사관이 이런 분야에 집중하고 국민 안전과 치안 문제에 대해선 수수방관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대사관에 경찰 주재관과 해외 안전담당 영사가 각각 1명씩만 배치된 상황도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캄보디아 납치 사태는 지난 7월 대학생 박모 씨가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8월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이후 비슷한 피해 신고가 잇따르며 경찰과 외교당국이 합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정부와의 공조 강화를 추진 중이고 대통령실도 별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예고했다. 민주당도 당내에 '해외 취업 사기 대책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관련 입법과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