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임기 1호 국정과제로 '개헌'을 확정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여야 모두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굵직한 선거와 맞물린 국민투표 시기와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둘러싼 정략적 계산이 얽히면서, 또다시 개헌 논의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개헌 방향은 대통령 권한을 줄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함께 ▲결선투표제 도입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중립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 ▲비상명령·계엄권 국회 통제 강화 등이 핵심이다.
또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안전권 신설 등 기본권 확대 과제도 포함됐다.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개헌을 내세우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9월 하순 개헌특위 출범'을 희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계적 개헌"을 제안하며, 2026년에는 5·18 전문 수록과 계엄 국회 승인권 강화 등 이견이 적은 사안을 먼저 처리하고, 2028년 총선에서는 대통령 4년 연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을 다루자는 구상을 내놨다.
우 의장은 또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되, 논의가 지연될 경우 별도의 국민투표 실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논의는 공전 중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당시 "제왕적 대통령 권력 분산과 의회 권력 남용 제한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권성동 전 원내대표)며 분권형 개헌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 현 정부·여당의 개헌 추진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내고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검을 통한 야당 말살, 민주당의 정당 해산 프레임이 향하는 정점은 결국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민주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행정수도 완성 과제가 장기집권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며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개헌 필요성에 동의한 바 있다"면서 "국회와 각 당이 개헌 논의에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회 개헌특위 참여는 물론 당내 태스크포스(TF) 구성 검토를 포함해 논의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현 298명 중 199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투표 시점도 관건이다. 지방선거나 총선과 동시에 투표를 치르면 진영 간 유불리가 갈려 합의 도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개현 시도는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1990년 3당 합당 당시 내각제 개헌 합의가 있었지만 무산됐고,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내각제 개헌 약속도 실현되지 않았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개헌을 언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초반 동력을 살려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올리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야가 특위 구성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공방만 이어간다면, 이번에도 '개헌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선거의 유불리로 작용하게 되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를 수 있어 논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두 개 의제에 매몰됐다가 이를 해결하지 못해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그동안의 과정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