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한 국민의힘이 여전히 당내 갈등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첫날부터 당내 갈등이 격화된 모습이다. 특히 장동혁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조한 '반탄(탄핵 반대) 선명성'을 이어갈 경우, 찬탄(탄핵 찬성) 인사들과의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새 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한동훈 대표 체제가 붕괴한 이후 8개월 만에 열린 최고위다. 이날 최고위에는 개인 일정으로 불참한 양향자 최고위원을 제외한 모든 지도부가 참석했다.

첫 순서로 발언한 장 대표는 '미래를 위한 변화'를 강조했다. 최고위가 열린 국민의힘 회의실의 백드롭(뒷배경)도 '새로운 미래로 다시 뜁니다'로 바뀌었다. 장 대표는 "이제 변화된, 하나된 국민의힘을 국민께 보여드리겠다.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최고위원 발언 순서가 되자 당내 갈등을 암시하는 발언이 나왔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당원 게시판 조사는 당무 감사와 함께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면서 "시급한 건 내부를 향한 총격, 해당(害黨)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전 대통령 비방글에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해당 행위도 친한(親한동훈)계 의원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친한계이자 당권 주자였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과 장 대표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전날 조 의원에게 당원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먼저 결단하라"고 했다. 탈당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 의원은 장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무엇을 사과하란 말인가"라면서 "다수의 의견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아주 참혹하고 불행한 사례들을 남겼다. 히틀러가 대표적 경우"라며 날 선 비판을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0월 인천시 강화군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당시 장동혁 최고위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뉴스1

여의도에선 반탄 성향이 강한 장 대표가 당선되자 '한동훈 창당설'까지 나오는 중이다. 전당대회 판세가 반탄 주자들로 기울자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언급됐던 '찬탄파 분당설'의 연장선이다. 다만 친한계가 대부분 비례대표인데다 지역구 기반이 약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당장 한 전 대표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 가능성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 친한계 의원은 "장 대표가 더욱 강경 모드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친한계에서) 분당이나 탈당은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 "흔히 말하는 찬탄파와 개혁파가 국민의힘에서 사라져 더 극단으로 가게 되면,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더욱 매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당심에 힘입어 근소한 차이로 당선돼 '반탄 정체성'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겠지만, 리더십을 얻기 위해선 찬탄파와 중진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원내 관계자는 "새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오른쪽으로 많이 간 것이 사실이고, 그런 부분을 좋게 보지 않는 의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선명성을 기반으로 해 당대표를 하는 구조적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장 대표가 중진 다선 의원들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