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오른쪽 네 번째)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 세제개편안 긴급 좌담회'에서 발제하고 있다./뉴스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세제개편안 평가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 확대를 놓고 여당 내 이견이 표출된 것이 소모적인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에 대해 조세 원칙을 허물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5 세제개편안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당 조세제도개편특위에서 활동하는 오기형·김영환·최기상 민주당 의원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이 공동 주최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이재명 정부 첫 세제개편안에 대한 정치권 논쟁이 가열되자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쟁점별로 분석하고 향후 세제개편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尹 정부 퇴행에서 원상 복귀…조세 공평 훼손, 재원 방안은 한계"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환원,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배당소득 분리과세 허용 등 쟁점에 대해 "방향은 옳지만 절반의 개편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일부 퇴행적으로 개정된 부분을 원상 복귀하는 측면에선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조세 공평이 훼손되는 문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 이행과 관련된 필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최소한의 재원 방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라고 지적했다.

우선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 초과 보유자'에서 '10억 원 초과 보유자'로 되돌린 데 대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된 상황에서 대주주 기준을 환원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연말에 대주주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코스피 5000 달성이라는 거시적 정책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실질적인 세수 증대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세표준별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1%포인트씩 인상해 최고세율을 25%로 하는 정부안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 평가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의 감세로 이재명 정부 향후 5년간 약 80조원의 세수가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번 세제개편으로 약 35조를 복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명목세율 인상만으로는 세수 확충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유호림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실효세율이 크게 낮아졌다"며 명목세율만 높여서는 증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 실효세율은 2021년 21.8%였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엔 18.7%까지 낮아졌다. 공제나 감면을 감안한 실효세율도 높일 방법을 찾아야 민주당이 의도한 증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쏟아진 부분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고(高)배당 상장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6~45%의 소득세 기본세율로 과세하는 대신 14~35%의 분리과세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소득세의 기본원칙은 종합과세 원칙인데,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이 원칙을 허물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고배당 상장법인에서 받는 배당만 따로 분리해 각각의 소득에 따라 단계별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현 소득세 체계를 조악하게 만들고,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공평성 원칙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율을 기존 0.15%에서 0.2%로 높아진 데 대해선 "금투세 폐지 이후 불가피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구조적인 개혁을 위해 과표구간별 최저한세 도입,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재논의, 실효세율 보장 장치 마련 등을 향후 과제로 꼽았다.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여당 내 이견 표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당에서 정리되지 않은 목소리가 세제 개편안 발표 전후에 소모적인 논란을 야기하고 있어 굉장히 우려스럽다. 수권 정당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라면서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하나의 안을 마련하는 게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與, '세제개편안' 논의 신중론 속 당내 입장 정리

이날 간담회에선 여당 의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동 주최한 여당 소속 의원들 모두 간담회에는 불참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 간담회 장소를 잡아줬을 뿐"이라고 했지만, 정청래 대표의 '세제 개편안 공개 발언 자제령'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기형 의원은 좌담회 서면 인사말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그 자체로 확정된 게 아니다"라면서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하는 사안의 경우 국회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최근 쟁점화 된 '양도세 대주주 기준' 등 세제개편안 관련 당 의견을 종합해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재 주식 양도세 관련 공식 입장은 당 정책위원회에서 당내 의원들 의견을 수렴해서 당대표에게 전달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이번주 일요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실에도)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첫 증세안, 누구를 위한 세제 개편인가?'를 주제로 열린 2025 세제 개편안 평가 및 시장 영향 분석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정부 세제개편안 조세 수탈 3법… 대안 전달할 것"

국민의힘도 이날 '2025년 세제개편안 평가' 정책 간담회를 열고 정부 개편안이 자본시장과 기업 활동 전반에 미칠 영향을 조목조목 짚었다. 간담회에는 송언석 원내대표, 김정재 정책위의장, 임이자 기획재정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기재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문제 삼으며 "반시장적, 반기업적 조세 수탈 3법"이라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민생을 챙기고 코스피5000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정책 내용을 보면 코스피 5000은 이미 물 건너간 걸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정청래 대표가 (세제 개편안에 대해) 입 꼭 다물어 라고 엄명을 내린 걸 보면 본인들도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는 것 같다"면서 여당 내 이견 표출을 지적했다. 또 이번 개편안이 상속세·증여세 개편 등 구조 개혁 과제는 외면한 채, 증세 중심의 단기 처방만 제시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그는 "경제계에서 많이 요청했던 상속세·증여세 체계 현대화나 유산취득세 도입 등 개선 방안이 모두 빠졌다"고 했다.

임이자 기재위원장은 "이미 노란봉투법으로 기업 발목잡고, 상법 개정안으로 기업 팔을 묶어 놓고 이제는 '조세수탈 3법(법인세·양도세·거래세 인상)'으로 목까지 비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시장과 기업 현실을 반영한 세제개편안 대안을 정부에 제안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