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국방 예산을 73조여원으로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올해 예산 67조7040억원보다 5조5737억원 많다. 작년 처음으로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한 해 만에 국방 예산을 5조원 이상 늘렸었는데, 이보다도 더 증액한 것이다.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핵추진 잠수함, 미래 병력 구조 개편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전력 운영 50조416억원, 병무 행정 5249억원 등 총 73조2777억원으로 편성됐다. 증가율은 8.2%로 확정 예산안 기준 지난 2008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미국 정부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3.5%까지 확대하기로 한 데다, 정부의 자주 국방 기조가 맞물리면서 예산이 증액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측은 "군의 자주 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병력 중심에서 첨단 기술 중심의 군으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예산 996억원이 처음으로 반영됐다. 핵추진 잠수함 개발 착수를 위한 국방예산이다. 잠수함 설계뿐만 아니라 관련 시설 건설 등에도 사용하겠다는 계획인데 사업 진척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총 사업비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체계 구매 등에 쓰이는 방위력 개선비는 올해보다 2조7571억원(13.8%) 증액한 22조7224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대다수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과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 등을 조기 확보, 한국군 주도 연합 방위 작전을 위해 전시 군사 정보 유통 체계 구축 등 연합작전 능력 향상에 투입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방위력 개선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항공기 사업으로, 36.9% 증액된 6조5662억원이다.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최초 양산과 후속 양산을 조기에 진행해 빠르게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초 양산에는 3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최초 양산은 공대공 능력 위주의 블록Ⅰ, 후속 양산은 공대지 미사일을 더한 블록Ⅱ를 뜻한다. 군은 내년 초도 양산과 후속 양산을 병행하기 위해 약 1500억원을 추가 반영했다.
군은 내년도 예산안에 드론을 포함한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 체계 전력화 예산안도 반영했다. AI 무인 체계를 활용한 경계 역량을 고도화하고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과 수중 자율 탐색체 전력화한다. 또한 군집 드론 연구개발 착수, 중거리 자폭 드론, 분대급 소형 대인용 자폭 드론, 소형 공격 드론 등 드론을 우리 군의 주요 화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병역 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편성됐다. 국방부는 현역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어, 예비 전력 정예화를 위해 상비 예비군 규모를 3700명에서 7000명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올해 87억원에서 대폭 늘어난 25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예비군 훈련 보상비 인상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변화하는 현대전 양상에 대비해 드론 전력 및 대(對)드론 다층 방어체계 확충에 예산을 투입한다. 군집 드론 연구·개발에 착수하고 중거리 자폭 드론, 분대급 소형 대인 자폭 드론, 소형 공격 드론 등 전력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사 1호봉 기준 보수를 월 30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 등 군 간부 처우 개선 예산도 편성됐다.
한편 광주 군 공항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지정에 따라 이곳에 주둔한 공군 제1전투비행단 기능을 공군 예천·서산기지 등에 임시 배치하기 위한 예산은 내년에 3169억원이 반영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에선 빠졌다. 내년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8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