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공식화한 정부·여당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군 안팎의 반대 여론이다. 정부는 미래전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합동성 강화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각 군의 전문성과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생도 선발 방식과 예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도 대부분 10월 이후로 미뤄져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방부가 16일 추진하겠다고 밝힌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 계획의 핵심 근거는 장교들에게 '합동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 등 육·해·공을 넘어 우주까지 아우르는 전영역 작전 능력이 장교들에게 요구되는 상황인데다,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면 한미 연합작전이 국군 주도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합동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국방부가 육·해·공사를 완전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설립하기로 결정한 16일 자운대 입구 모습. /뉴스1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성의 근간은 국군이라는 정체성에 있다"며 "공통 교육 후에 각 군에 맞는 교육을 하고, 소령·중령 시기 합동 교육을 통해 완성하겠다. 처음에 국군이라는 뿌리를 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도 시절부터 이른바 '합동성' 조기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구체적인 합동성 강화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 예비역 대령은 이날 조선비즈에 "'뿌리가 같아야 협력이 잘 된다'는 건 행정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이라며 "합동성은 정서적 동질감이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과 전투 역량을 바탕으로 결합될 때 구현된다"고 했다. 이어 "영관급 이후에 합동교육 등을 확대·내실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도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군의 정체성 교육을 위해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각 군의 역사와 전통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합동성 강화 효과를 입증할 구체적인 교육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군사 교육·훈련시설이 밀집한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결정한 1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인근에 사관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국방부가 이날 예산에 대한 언급도 10월로 미루면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 또 큰 규모로 사관학교를 창설하는 만큼 막대한 예산 투입이 예상됨에도 이날 예산과 관련된 큰 그림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추계치는 갖고 있지만, 선행 연구를 거쳐 예산을 구체화한 뒤 오는 10월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당은 관련 예산을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핵심으로 꼽혔던 생도 선발에 관한 내용도 없었다. 사관학교 입학을 고려하거나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불확실성인 셈이다. 국방부가 이르면 오는 2028학년도부터 육·해·공군 사관생도를 통합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확정한 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관생도 선발 방식이나 교육과정 등도 마찬가지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래 생도들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취지"라고 했다.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임기 내에 완수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계획이지만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국방부가 석 달 안에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학군이나 3사관학교, 학사장교 등 비(非) 사관학교 생도들에 관한 설득력 있는 대책을 내놓는 것도 국방부의 과제다. 입결 등을 고려해 사관학교 선발 인원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군 엘리트주의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40년쯤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면 학군도 감축될 것"이라며 "그 때 국군사관학교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향후 3개월 간 공청회 등 의견 수렴과 정책 설명회를 거쳐 오는 10월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