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6%.

지난 6·3 지방선거 경북 안동시의원 마선거구에서 허승규 녹색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다. 기초의원 2인 선거구인 마선거구에서 허 후보는 2위 당선자인 김창현 국민의힘 후보(25.87%)를 10%p 넘게 앞서며 당선됐다. 2012년 창당한 녹색당이 공직선거에서 배출한 첫 당선자이자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 지역에서 군소 정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당선된 사례다.

허승규(가운데) 녹색당 안동시의원. 허 시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 안동시의원에 처음 출마한 이후 세 번째 도전 끝에 시의원에 당선됐다. 녹색당이 배출한 첫 공직선거 당선자다./허승규 시의원 제공

1989년생으로 아직 30대의 젊은 군소 정당 후보가 어떻게 보수 성지인 안동에서 시의원에 당선이 됐을까. 그것도 거대 양당 후보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조선비즈는 안동에서 의정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허 후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번의 도전…16.54%가 36.86%로

허 시의원은 안동에서 초중고를 거친 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2015년 녹색당에 가입한 이후 지역 운동을 결심했고, 2018년 지방선거 때 처음 시의원에 도전했다. 허 시의원은 "한국 사회와 정치에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지향하는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겪은 녹색당은 직업 정치인을 꿈꾸는 이들이 적었다"며 "청소년 시절부터 직업 정치인의 길을 꿈꿔왔기에 2018년 안동시의원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허 시의원이 2018년 얻은 득표율은 16.54%로 4위로 낙선했다. 이후 허 시의원은 꾸준히 공직선거의 문을 두드렸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18%의 득표율을 얻어 3위로 낙선했고, 2024년 총선에서는 녹색정의당 비례대표로 나서서 비례 2번에 배정됐지만, 녹색정의당이 3%를 득표하지 못해 낙선했다. 이번 선거는 시의원 도전으로는 삼수, 공직선거 도전으로는 사수인 셈.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허 시의원은 36.87%의 득표율을 얻어 1위로 당선했다. 2022년 18%에서 4년 만에 두 배가 된 득표율.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원은 2018년 첫 출마 이후 안동에 머무르며 지역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산불 피해가 컸던 안동 지역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도 그 중 하나였다./허승규 시의원

허 시의원은 "아래에서부터의 지역 밀착형 활동, 중앙 정치 논리보다 지역을 우선하는 풀뿌리 생활정치로 마음을 얻었다"고 했다. 국회의원과 시장은 빨간당이나 파란당을 지지하더라도 기초의원에서는 늘 지역 현장에 있었던 허승규와 녹색당을 선택해줬다는 설명이다.

허 시의원은 첫 선거에 출마한 2018년 이후 안동을 떠나지 않고 강남동 주민자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마을복지추진단, 자율방범대 활동, 안동시 산불피해주민대책위 활동 등을 하며 늘 현장을 지켰다. 그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더라도 우리 동네 버스가 불편하다는 주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산불 피해 회복이 시급한 주민들을 만났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해 동네 생활체육센터에서 하는 줌바댄스 수업을 듣고, 읍면동 어르신들 효도 잔치가 열리면 항상 참석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지역 밀착은 곧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정책과 공약 발굴로 이어졌다.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허 시의원이 제시한 청소년 무료버스 정책도 이 중 하나다. 허 시의원은 "안동시의원이 18명인데 그 중 한 명이라도 버스 타고 다니는 시민들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안동에서 버스타면 불편한 게 많다. 학교와 병원 가기 불편한 청소년과 어르신을 위해 버스 이용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북 북부 9개 시군 가운데 6개 시군은 전체 시군민 대상 무상버스를, 안동을 포함한 3개 시군은 만 70세 이상 어르신 무상버스를 하고 있다"며 "무상버스 정책은 시민들의 이동권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및 탄소 감축으로 인한 기후위기 대응 등 여러 가지 정책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빨강·파랑·흰색·녹색 공존하는 안동시의회

허 시의원의 당선 소식은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화제였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도 뚫지 못한 대구·경북을 녹색당이라는 서울에서도 생소한 정당 소속의 젊은 정치인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경남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TK와 PK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데 당선이 되려면 골목골목 누가 사는지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밭을 열심히 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허 시의원의 당선이 이례적이라는 뜻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교차 투표'의 성공 사례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이나 국회의원은 익숙한 정당을 뽑되 지역 일꾼인 기초의원은 당과 상관없이 지역에 더 밀착한 인물을 뽑는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허 시의원 당선은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군소 정당 후보나 열세인 지역에 나서는 후보들이 어떤 전략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허 시의원은 "양극화 정치를 개선하고 다당제 연합정치를 촉진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안정치세력이 현재의 선거제도에서 정치세력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양당과 경쟁할 대안정당이 등장해서 제도권에 들어가야 다당제로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현재의 선거제도 내에서 당선자를 만들고, 이후 정치적 효능감을 보여주어야 다당제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당제를 위해 선거제도부터 고치자는 식의 주장은 현실 정치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허 시의원은 "제도를 바꾸는 것은 사람"이라며 군소 정당이 먼저 가능성을 입증해야 제도도 바꿀 수 있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허 시의원의 당선으로 7월 1일 출범한 안동시의회는 빨강(국민의힘), 파랑(더불어민주당), 흰색(무소속), 녹색(녹색당)이 공종하게 됐다. 허 시의원은 "지난 민선 8·9대 안동시의회는 강대강 대립이 많았다"며 "이번 10대 시의회는 정당 색깔을 넘어 지역을 위해 초당적인 협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도시 안동을 만들고 싶다"며 "기후위기 시대, 녹색 지방정부의 길을 경북 안동에서부터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