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투자·공급망·디지털·첨단기술·에너지 등 전략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경제안보와 무역·산업정책 분야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한-EU 고위급 경제대화 설립을 지지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0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에서 환영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벨기에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측은 성명에서 "무역, 투자, 공급망, 디지털, 첨단기술, 에너지 및 혁신 등 우리 경제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서 양자 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안보, 무역 및 산업정책 분야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한-EU 고위급 경제대화 설립을 지지한다"고 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적 이행을 바탕으로 한 경제 관계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양측은 "상호 이익을 보장하는 자유무역협정의 전면적 이행에 기반한 견고하고 활력 있는 경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각 측의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충실히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EU가 추진 중인 철강 관세 쿼터 축소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통상 현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양측은 성명에 "EU와 대한민국은 글로벌철강포럼(GFSEC) 등을 통해 글로벌 철강 과잉생산을 다루기 위한 공동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또 "산업정책, 순환경제 및 에너지 집약산업에 대한 탄소국경조정조치를 비롯한 각자의 입법 및 정책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성명에 상세히 담기지 않아 향후 후속 논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사전 브리핑에서 "EU와의 정상회담에서 최근 EU가 추진하는 철강 관세 쿼터 문제와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규제 입법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기후·환경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EU 그린 파트너십을 통한 에너지 전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력, 해양 보호 강화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안보 현안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과 EU는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제3자의 지원, 특히 북한의 지원을 규탄한다"며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면적 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복구와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또 러시아와 북한이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유엔 헌장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북한은 조속히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비핵보유국으로서의 의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포괄적 안전조치 협정을 완전히 준수하고 추가의정서를 발효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북한은 NPT상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이며, 그와 관련한 어떤 특별 지위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 인권 상황 개선과 국제기구·인도주의 기구의 접근 허용 필요성도 강조했다.

중국과 대만 문제도 성명에 포함됐다. 양측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역에서의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현상 변경을 위한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안전한 통항, 민간인 및 민간 인프라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측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반영된 해양법을 포함해 모든 당사자가 국제법을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