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막바지로 가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보수 진영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선 반면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직 대통령이라도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자신이 없으면 선거 지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말이 나온다.
◇ 박근혜·이명박 '쌍끌이' 유세… "보수 유권자 투표장에 불러내는 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3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와 함께였다. 이 자리에는 우재준·유영하·김기웅·김상훈 등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추경호 후보가 대구경제 살리는데 적임자라고 믿고 있다"며 "추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같은 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부산 해운대를 찾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박형준 시장이 부산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부산이 발전해야 대한민국도 발전한다. 하던 일을 계속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박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대구를 시작으로 25일 충북 옥천, 충남 공주, 대전을 방문했고, 27일에는 경남 진주와 양산, 울산, 부산, 28일에는 강원 원주, 횡성, 29일에는 경남 남해를 방문했다. 31일 대구까지 찾으며 대구와 충청, 경남, 부산 등을 종횡무진했다.
이 전 대통령도 지난달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중구 청계천을 걸은 데 이어 전날 부산을 찾았다.
국민의힘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등판이 보수 세력 결집에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한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장동혁 대표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전통적인 보수 유권자들이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보고 투표를 하러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 유세 안 가고 발언도 거의 없는 문재인… "지난 총선 지원했지만 결과 나빴던 탓"
반면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공개적인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이번 지방선거가 내란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하고 제가 거주하는 양산지역을 비롯해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정치를 바꾸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게 사실상 전부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오중기 민주당 경북지사 후보에게 후원금 300만원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것도 오 후보 측이 공개한 것이고 문 전 대통령이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통령이 지난 총선 때 부울경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민주당 후보들이 오히려 패배하는 등 결과가 좋지 않았던 영향이 있다고 본다.
경남 지역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당 내부에서도 문 전 대통령의 역할론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며 "문 전 대통령도 이런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이번 선거에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