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8박 10일 미국을 방문한 것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 미국에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등 기본적인 의문에 대해 장 대표 자신도 속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김웅 전 의원이 지난 21일 유튜브에 나와 "대전에서 탈출한 늑구가 왜 가출했느냐 그거와 함께 (장 대표의 방미가) 2대 미스터리로 등극했다"고 말할 정도다.

◇ '트럼프 영적 멘토' 만나지도 못하고 '미 국무부 차관보' 뒷통수만 보여주고

장동혁 대표는 귀국한 뒤인 20일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대미 외교에 있어서 계속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야당이라도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것을 가지고 국민께 평가받는 것, 그것이 지방선거의 한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 공화당과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토대를 만들려 했다는 취지로 들렸다.

8박 10일 방미 일정을 마무리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스1

장 대표는 방미 기간 미국 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원 6명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지난 13일 대럴 아이사 미 공화당 하원의원 접견을 시작으로 조 윌슨 하원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 팀 버쳇 미 공화당 하원의원, 영 킴 하원 동아태소위원장, 라이언 징크 하원 외교위 외교무기판매TF 단장, 에이드리언 스미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 랜디 파인 미 하원의원을 만났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장 대표가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이 밝힌 방미 목적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장 대표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익명의 인사를 만났고, 미 국무부 차관보도 한 명 만났다고 한다. 특히 장 대표는 17일 오전 귀국을 위해 공항에서 수속을 밟던 중 미 국무부 연락을 받고 귀국 일정을 늦췄다. 그렇게 만난 인사가 사진을 통해 뒤통수만 공개된 국무부 차관보다.

한 전직 외교관은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한미 외교 핵심 사안을 이야기 했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말해다. 미 국무부 수뇌부는 장관, 부장관(2명)과 차관(6명)이다. 차관보는 각 차관 아래에서 실무를 챙기는 자리로 우리나라 외교부 국장급으로 보면 된다.미 국무부에 차관보만 30명 정도가 있다. 한국을 관리하는 동아·태차관보는 중요한 자리지만, 장 대표가 만난 차관보가 동아·태차관보인지도 확인이 안 된다.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가 사흘간 미국 체류 일정을 연장한 이후인 16일(현지시간)에 진행한 일정 관련 사진을 이날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다. 사진은 파일명에 16일이라고 밝힌 미국 국무부 차관보 면담 모습./국민의힘

한편 장 대표가 만나려던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불리는 폴라 화이트 목사라는 이야기도 있다. 폴라 화이트 목사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총재는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원래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 지난달 말에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를 받은 상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폴라 화이트 목사에게 한학자 총재의 어려움을 전하고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정부의 종교 탄압에 대해 언급하게 만들려던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는 말을 이해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폴라 화이트 목사와의 만남 자체가 불발되면서 의미가 없어졌다.

다른 관계자는 "장 대표가 방미 일정을 애초 2박 4일로 예정했다가 5박 7일로 늘리더니 결국 8박 10일로 더 늘렸다"면서 "그럴 듯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자 한 명이라도 만나보려고 미국 체류 기간을 연장한 것 아니냐"고 했다.

◇ 흔들리는 리더십… "당 대표가 지방선거 후보에게 짐" "결자해지 하라"

장동혁 대표는 방미를 계기로 리더십이 더욱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2일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장 대표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 "여독도 안 풀리셨을 텐데 강원도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8박 10일 방미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어 김 지사는 "제가 현장을 다녀보니 '내가 원래 빨간 당이었는데, 이번엔 중앙당 생각하면 열불나서 투표 안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표님을 만나면 더 세게 얘기해달라는 후보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자해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를 타이밍인데, (장 대표가 미국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말씀을 나눴기 때문에 지방선거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가) 후보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애초부터 장 대표와 거리를 두던 친한계나 소장파뿐 아니라 당 최고위원이나 중진들까지도 이번 방미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다. 한 4선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장 대표 체제로는 어렵다는 생각을 굳혔다"며 "(지방선거 이후)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