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의힘 안팎에선 "서울시장 후보도 못 정했는데 선거 운동은 김재섭 의원이 앞장서서 해준다"는 말이 나온다. 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에 대한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섭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에선 험지로 불리는 서울 도봉갑에서 민주당 안귀령 후보를 꺾고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1987년생으로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청년 정치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최근 '정원오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당내 영향력과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지난 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당이 선거 분위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의총에는 소속 의원 60여명이 참석했다.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제가 요새 미스터 칸쿤 정원오 선생 때문에 고생이 많다"면서 "제가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그 DNA, 어느 불편한 부분들을 제대로 건드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칸쿤 출장 의혹을 제기한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저는 절대로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의원님들께서 관심 가져주시고 화력을 지원해주면 서울부터 반드시 이겨서 지방선거를 전국이 다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마무리 지었다.
당시 의총에서 김 의원이 이야기를 마치자 의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원내부대표인 박상웅 의원은 "큰 일을 했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한동안 국민의힘 의총은 장동혁 지도부와 소장파, 친한계(친한동훈계) 의원들이 충돌하는 장이었는데, 모처럼 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김 의원은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정원오를 이겨볼 수 있다는 생각, 희망이 들었던 순간"이라며 "그런 전환점을 만든 것에 대해서 의원들이 좋게 평가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원오 전 구청장의 농지 의혹, 도이치모터스 후원 의혹, 칸쿤 출장 논란 등을 열거하며 "(정 전 구청장은) 공직자로서 자질 미달"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재임 기간 서울시장을 민주당이 맡으면 서울 부동산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온갖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틀어막으면서 청년과 서민, 신혼부부가 들어가야 할 전세 시장이 씨가 마르고 있다"면서 "서울시장까지 민주당이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장동혁 지도부의 무기력한 모습이 이번 선거에 투영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을 근거로 해서 보수 재건, 반성과 성찰, 새로운 샘물 같은 보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보수 정치권을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강남 좌파'에 맞서 '강북 우파'를 정치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정치의 중심이었던 양남(영남·호남) 대신 서울과 수도권이 정치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보수 우파라고 하면 느껴지는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 강북의 평범한 우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정치인이 우리 당의 주류가 되면 강북뿐 아니라 경기도, 전국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국민의힘에 비대위원회 체제가 꾸려진다면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전에도 비대위 체제를 꾸릴 때 김 의원이 위원장에 거론됐지만 본인이 거절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단순히 얼굴 마담에 그친다면 (비대위원장을) 할 가능성은 0%지만, (당을) 바꿀 수 있는 동력과 사람, 바람, 환경이 갖춰져 있다면 하겠다"며 "벼락 출세하듯 당 대표를 해서 문제가 된 사례가 있으니 탄탄하게 준비해서 모든 영역에서 당을 이끌 분명한 방향성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했다.
PK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김 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기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