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던 패트리엇(PAC-3)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핵심 방공 전력을 중동으로 보냈다는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주한미군 방공 전력 차출 전망과 함께 대북 대비 태세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차출에 관해선 함구하면서도 안보에 공백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각) 미 정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 전략 일부를 중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드는 PAC-3보다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공 전력이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 PAC-3와 함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C-5, C-17 등 수송기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과, 아래 사진은 8일 C-5 수송기 한 대만 남아있는 모습.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후 PAC-3와 사드 등 주한미군의 방공 전력이 중동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됐다. 이란의 각종 드론으로 주변국에 있는 미군 기지가 타격을 입었고, 기지 내에 있는 각종 방공 무기도 공격을 모두 피하지 못한 데다 요격 미사일도 다수 소진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한미군 오산기지에서 미군의 C-5와 C-17 등 대형 수송기가 자주 이착륙하면서 주한미군 전력 차출 가능성이 급물살을 탔다.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C-5 2대와 C-17 11대가 오산기지에서 이륙했다. C-17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 전 패트리엇 포대를 이송할 때도 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 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미국의 주한미군 방공 전력 차출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상생을 실천하는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정부는 주한미군의 일부 전력이 차출되더라도 국내의 방위산업 수준 등을 고려하면 대북 억지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북 억지 전략에 무슨 장애가 심하게 생기거나 그런 거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국제기구가 평가하는 군사력 수준도 세계 5위일 정도로 군사 방위력 수준이 높다"고 덧붙였다.

천궁-Ⅱ 등이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드는 아직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의 전력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대응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L-SAM은 현재 양산되고 있으며 전력화 시점은 내년이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주한미군의 전력 운용과 관련해서 저희가 언급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설명이 제한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