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렸다. 인사청문회 개최를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열린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자 임명에 대해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본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국민의 판단을 들어보겠다"고 한만큼 여러 의혹들에 대해 이 후보자가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을 지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는 장남의 연세대 부정 입학 의혹 등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는 등 해명보다는 '의혹 종합 전시장' 수준으로 전개됐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까지 합세해 이 후보자를 질타하면서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 보기 힘든 모습도 연출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 장남의 연세대 입학과 관련해 부정 입학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당초 장남이 다자녀가구 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다고 했는데 장남이 입학한 2010년에는 다자녀전형 자체가 없었다. 최 의원이 이를 캐묻자 이 후보자는 "장남과 차남을 헷갈렸다"며 "장남은 사회기여자 전형, 국위선양자로 입학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연세대 사회기여자 전형에는 '국위선양자'가 있다. 연세대는 국위선양자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거나 업적을 내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한 자, 또는 그의 자녀 및 손자녀'로 규정했다. 이 후보자는 "시부께서 정치인으로서의 공적이 아니고, 공무원으로 평생 봉직한 여러 공적을 인정받아서 청조근정훈장을 받으셨기 때문에 그것으로 자격요건이 됐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시아버지인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은 4선 의원 출신으로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러자 최 의원은 "당시 수시 모집 요강에서 사회기여자 전형 중 국위선양자와 관련해 '훈장을 받은 사람을 국위선양자로 인정한다'는 규정은 찾을 수 없다"며 "입학 사정 서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100% 부정입학으로 추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국민은 훈장 받은 할아버지가 있다고 해서 연세대에 이 전형을 넣을 생각을 전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결혼한 장남을 '위장 미혼'으로 부양가족 수를 늘려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원펜타스 부정청약 자료를 수사기관에만 제출하고 국회에는 제출하지 않으면서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했고,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핵심은 주택법 위반이다. 장남이 실제로 원펜타스 살았는지 소명자료를 내라는데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까지도 원펜타스 문제에서는 이 후보자의 답변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이어가 일반적인 인사청문회와는 다르게 전개됐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원펜타스 청약 당시 청약 가점 74점 중 무주택 기간이 32점, 가족 수가 25점, 저축 가입 기간이 17점이었다"며 "이와 관련해서 가장 기본적인 분양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인터넷 청약이라 제출하지 못한다고 답이 왔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예결위 간사라서 예산과 재정에 대한 질의를 준비했지만, 오전 질의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의구심이 생겼다"며 "관계가 파탄이 났던 신혼부부가 1년 5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같이 살게 됐는데 하필 그날이 국토교통부의 원펜타스 부정청약 조사가 끝나고 그 결과가 발표된 바로 다음날이었다"고 지적했다.
5선의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고, 그 중 하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엄단을 통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후보자의 원펜타스 청약이 부정 청약이라면 개인으로서도 심각한 문제지만, 정책적으로도 심각하다. 그래서 집요하게 이 문제를 확인하는데, 저는 (문제 제기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의 공세에 이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규정과 절차를 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후보자는 "청약 당시 공고를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장관 직무가이드라인'을 거론하며 이 후보자의 갑질·폭언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 의원은 "장관 직무가이드라인을 보면 장관의 리더십과 이미지, 태도, 부드러운 용어로 표현하는 것, 누구에게든 예의를 갖추는 것,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 등이 있다"며 "(후보자가) 장관으로 일하게 되면 책자대로 직원들과 이런 태도로 잘 임하실 수 있겠죠"라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이 돌아보게 되고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남 연세대 부정 입학 의혹과 원펜타스 부정 청약 의혹 외에도 보좌진 갑질·폭언 논란, 배우자와 자녀들의 대부업체 회사채 투자 논란, 영종도 토지 매입 논란 등 다양한 의혹이 인사청문회 현장에서도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