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공천 뇌물 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여드레째 단식 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단식 투쟁이 8일 만에 마무리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그간 장 대표와 거리가 멀던 보수 정치권의 여러 얼굴이 장 대표를 찾아오는 등 보수 결집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반면 통일교·공천 뇌물 등 '쌍특검' 요구는 관철하지 못하면서 실익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 대표의 단식은 박 전 대통령이 22일 전격 상경해 국회를 찾으면서 8일 만에 끝났다.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국회 로텐더홀을 찾은 박 전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국민께서 대표님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 대표는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장 대표는 구급차에 탑승한 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장 대표는 "좀 더 길고 큰 싸움을 위해 오늘 단식을 중단한다"며 "그러나 부패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폭정을 향한 국민의 탄식은 오늘부터 들불처럼 타오를 것이다. 진정한 단식은 오늘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장 대표의 단식 투쟁은 보수 결집이라는 성과를 낳았다. 보수 진영의 큰 어른 격인 박 전 대통령이 10년 만에 국회를 찾아 장 대표를 직접 만났고, 개혁 보수의 상징인 유승민 전 의원과 당내 소장파 그룹인 '대안과 미래'도 장 대표의 단식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해외 출장 일정을 조정해 장 대표를 방문했다.

장 대표와 각을 세워왔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 현직 광역단체장들도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198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 투쟁 당시 전두환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5대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2026년 현재 그 어느 누구도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을 실패한 단식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이 당시 야당과 민주화 세력을 결집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그 힘이 결국 1987년 민주 항쟁으로 이어지면서 민주 세력 집권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단식으로 이뤄낸 보수 결집 효과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가고 싶어한다. 다만 정부·여당을 상대로 이렇다 할 투쟁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단식이 끝나고 긴급의원총회를 가졌지만 대여·대정부 투쟁 방안을 뚜렷하게 찾지 못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릴레이 단식' 등 후속 투쟁 방안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제안은 나오지 않았고, 원내대표에게 일임한다고 정리됐다"며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지만, 쌍특검을 꼭 관철해서 이재명 정권을 심판해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원들의 릴레이 단식이나 상임위 거부 등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여당에 제동을 걸만한 확실한 수단은 없다는 평가다. 장 대표의 단식에도 민주당이 쌍특검 수용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 유일한 방법은 지방선거 승리밖에 없다는 생각"이라며 "원내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만큼 지방선거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