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대통령이 너무 많은 일에 몰두하다 보니 정치적 판단이 다소 느슨해졌던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유 전 이사장은 20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 정부 인사 문제와 당내 현안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하고 계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혜훈 후보자 지명 과정에 대해서는 의사 결정 방식의 변화를 지적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혜훈씨 지명이나 검찰 개혁안 입법 예고 과정에서, 밖에서는 어떻게 그런 의사 결정이 이뤄졌는지 알기 어렵다"면서도 "그 방식이 지금까지 대통령이 해왔던 것과는 좀 다른 방식이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판단 면에서 대통령이 너무 다른 일들에 몰두하다 보니 다소 느슨해진 측면이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인사 검증과 의사 결정 시스템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에 대해서도 독특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내가 저 사람을 위해 뭘 해줘야겠다'기보다는 '저 사람 덕을 내가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만들어 지지를 끌어내는 면이 있다"며 "취임 이후 반년 동안 이런 기대가 국민들 사이에서 더 커져왔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논란이 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각종 의혹 제기로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여론과 의혹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후보자의 해명과 객관적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혜훈 후보자 지명 철회 또는 청문보고서 송부 여부와 관련해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본인의 얘기를 공개적으로 들어보고, 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의 판단도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봉쇄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문제의식을 갖는 부분이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이긴 한다"면서도 "저로서는 후보자 본인의 해명도 직접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 책임론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 상황은 마치 영화 '대부'에서 배신자를 처단하듯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만든 정권인데 왜 중요한 자리를 상대 진영 인사에게 주느냐며 섭섭해하는 시각도 있다"면서도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부터는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칼 쓰는 종족이 이겼다고 해서 모두 칼만 써야 하는 건 아니다"며 "필요하면 칼도 쓰고, 활도 쓰고, 창도 쓰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한편 유 전 이사장은 최근 공천헌금 수수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강선우 의원 사건과 관련해 "없던 문제가 새로 생긴 게 아니라, 예전에는 감춰졌던 문제가 이제 드러나는 것"이라며 "제도적 허점을 찾아 시스템을 고쳐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쳐야 할 점이 여전히 많지만, 이것이 민주당 전체의 문화로까지 보일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