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수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뉴스1

최근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상시화 하면서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을 장시간 지켜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우원식 의장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총 10회에 걸쳐 약 509시간의 무제한 토론이 있었고 의장이 약 239시간 사회를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국회의장은 체력 테스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차기 국회의장 선출은 내년 5월 말로 예정돼 있다. 차기 의장은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후보를 추리고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균형이 맞는다면 야당의 입맛에 맞는 후보가 선출될 수 있지만,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가진 만큼 민주당 내부 평판이 중요할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의원 3명이 후보로 거명된다. 조정식(6선, 경기 시흥을), 박지원(5선, 전남 해남·완도·진도), 김태년(5선, 경기 성남수정) 의원이다. 모두 5선 이상 중진이다. 선수가 높을수록 의장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5선 이상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세 사람의 나이는 박지원(83), 조정식(62), 김태년(60)의 순서다.

이미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이 친명의 지지를 등에 엎고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김태년 의원의 경우 의원들을 한 명씩 각개격파하듯 만나고 다닌다고 한다. 박지원 의원은 국회 최고 연장자임을 앞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식 의원이 지난 28일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에 위촉되면서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상호 정무수석과 김병욱 정무비서관 등 청와대 정무라인이 모두 교체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조정식 의원을 차기 당청 중재자로 지목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한 의원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선이 언론에서는 큰 화제였지만, 당내에서는 조정식 의원의 정무특보 발탁이 더 이야깃거리가 됐다"며 "대통령의 의중이 조 의원에게 있다는 걸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우 의장이 의장에 선출될 때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의중과는 다르게 선거가 흘러갔다"며 "조 의원이 정무특보 활동에 나서게 되면 오히려 의장 선거전에서는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