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충남 통합'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운을 떼자 더불어민주당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전시장, 충남지사와 충북지사를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탈환하려고 행정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 李 대통령 한 마디에 통합 특위… "2월 특별법 통과·6월 선거·7월 통합특별시 출범"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특위 상임위원장을 맡은 황명선 최고위원은 "통합특별시는 서울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수준의 자치 분권 권한과 재정 분권을 기본으로 갖출 것"이라며 "서울시가 누리는 권한, 제주가 누리는 자치 특례를 함께 갖춘 통합특별시를 만드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특위 회의에 직접 참석해 "충남·대전 통합은 여러 행정절차가 이미 진행돼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빠르면 한 달 안에도 가능한 일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위는 "통합특별법을 1월 말이나 2월 초에 발의하고, 국회 통과는 2월 중에 마무리하겠다"며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했다. 이어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고, 7월 1일에 통합특별시를 출범하겠다는 것이다.
대전·충남 통합은 원래 국민의힘이 추진해 온 이슈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지난 2024년 11월 21일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을 선언했고, 올해 7월에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특별법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월 2일 이 법을 국회에 발의하기도 했다.
이후 잠잠하던 대전·충남 통합 논의에 불을 지핀 건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대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자치단체의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이 나오고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민주당은 특위를 만들고 첫 회의까지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방선거 전략 차원에서 대전·충남 통합을 속전속결로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충남 탈환을 중요 과제로 삼고 있다. 1995년 민선 체제 전환 후에 치러진 대전·충남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팽팽하게 맞섰다. 대전의 경우 민주당이 2번, 국민의힘이 3번 승리했다. 충남의 경우 민주당이 3번, 국민의힘 2번 이겼다. 나머지는 자유민주연합과 자유선진당이 이겼다. 지금은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전·충남을 탈환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민주당에서 충남지사 선거에 양승조 전 지사가 뛰어들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김태흠 현 지사에 밀린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마찬가지로 대전시장 선거에서도 이장우 현 시장이 민주당 측 후보군보다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 강훈식 비서실장 통합단체장 후보설… 국민의힘 "대통령 측근 단체장 만들기"
여권에서는 대전·충남 통합 특별시장 후보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거론되고 있다. 강 실장은 충남 아산에서 3선을 한 국회의원 출신으로 충남 지역 기반이 강하다. 최근에는 비서실장을 맡아 이재명 정부 업무 전반을 조율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서울시장 차출설도 나온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런 흐름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초대 대전·충남 통합단체장으로 만들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미션'을 받은 민주당이 분주하다"며 "통합은 대통령의 측근을 단체장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전격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민주당을 향해 "반대만 하던 분들이 갑자기 통합법안을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자기들이 통합의 주도권을 갖고 가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