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23일 우원식 국회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 사회를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가운데 우 의장이 "오늘 밤 일정 시간 사회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주 부의장은 거부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주 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악법을 만드는 데 저는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 의장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올린 법안들에 대해 "야당과 합의되지 않아 상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을 진행했다면 "오늘의 필리버스터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회의 사회 거부는 이런 상황에서 국회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부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했다.
주 부의장은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이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점에 미안한 마음도 있다"면서도 "체력 고갈로 사회를 볼 수 없다면 차라리 회의를 며칠 쉬었다가 다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 부의장의 사회 거부를 문제 삼아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한 데 대해선 "사회 협조를 요청하려면 이 결의안부터 철회하는 것이 순서 아니냐"고 반문했다.
우 의장이 지난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중이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의제에서 벗어났다며 마이크를 끄도록 한 조치를 두고는 "사회자가 심사하듯 발언을 제한하는 방식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의장께서 제게 사회를 요청하려면 이 점에 대한 명확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에 들어갔고, 최수진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다. 우 의장은 개정안 상정에 앞서 주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는 데 유감을 표하면서 이날 오후 11시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 사회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