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국회 내 분수대에 성탄 트리가 점등돼 있다./연합뉴스

"올해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보좌진들 휴가를 꼭 보내주려고 했는데, 국회 상황이 그렇게 안되네요. 작년에도 계엄과 탄핵으로 보좌진들이 연말에 거의 쉬지 못했는데."

얼마 전 여의도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한 말이다. 원래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12월 중하순에 휴가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마치고 새해가 시작하기 전에 잠시 숨을 돌렸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정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어지면서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진들도 휴가는커녕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바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숨가쁜 일정이 계속됐다.

이번 연말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2월 정기국회에 이어 임시국회가 문을 열었고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선언했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의원 발언 중에 마이크를 꺼버리면서 여야가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에게 연말까지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자제하라는 '비상대기령', '출국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의원 보좌진들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번 임시국회는 22일부터 24일까지 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야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 그 다음주(29~31일)에도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하면 보좌진들도 국회 안에서 자리를 지켜야 한다. 한 의원 비서관은 "이러다가 크리스마스뿐 아니라 새해 첫날도 국회에서 맞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보좌진들끼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중진 의원실의 한 비서관은 "보좌진은 원래 휴가를 제대로 못 쓰는데 그나마 국회 일정에 여유가 생기는 연말에 양해를 구하고 며칠 쉴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며 "작년에는 주말마다 광화문 집회를 나가느라 불가능했고, 올해도 필러버스터 때문에 휴가를 못가게 됐다"고 했다.

여당 의원실의 다른 비서관은 "작년 계엄 때와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올해도 휴가를 갈 수 없는 처지인 건 마찬가지"라며 "여름에는 국감 준비로 휴가를 못 가니 12월에 보통 휴가를 쓰는데 올해도 하루도 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의 다른 보좌관도 "연말에 의원실 보좌진이 다들 휴가를 잡아놨는데 지금 비행기며 숙소를 취소한 상황"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2월에라도 쉬어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결혼을 안 한 젊은 직원들은 불만이 상당한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