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만나 "개혁 입법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사법 개혁안의 속도와 방향을 두고 당정 간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조율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 대표, 김 원내대표와 2시간 30분 동안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정기국회 폐회를 계기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더라"고 전하고 "예산안 합의 처리에 고생이 많았다"며 여당 지도부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개혁 입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최근 논란이 된 사법 개혁안과 개혁 입법 전반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정 전반에 대해 특히 민생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8월 20일 이후 111일 만의 대통령-여당 지도부 공식 만찬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최근 몇몇 사법 관련 입법을 놓고 다른 입장을 보인 상황에서, 당정 간 관계 복원 및 정책 공조 강화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의 '재판중지법'을 추진했지만, 강훈식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고 공개 반대하면서 당정 간 긴장 기류가 감지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벌써 재임 기간의 10분의 1이 지났다"며 "국정 과제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