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 하나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분주하던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8일 오전 자신의 'X'에 성동구가 정기 여론조사에서 주민 만족도 92.9%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정원오 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봅니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듯...ㅋ"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이 공유한 기사는 성동구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성동구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조사에서 '성동구가 일을 잘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92.9%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100% 무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다. 조사 결과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지역·성별·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해 분석했다고 구는 밝혔다.
정원오 구청장은 곧바로 자신의 'X'에 이 대통령의 글을 공유하면서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정 구청장은 내년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의 여권 후보군으로 꼽힌다. 보좌관 출신으로 성동구청장 3선에 성공한 인물이지만 중앙 정치권에서는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보니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나 존재감이 약했다.
민주당에서 서울시장을 준비하는 후보로는 박홍근 의원(4선·서울 중랑을), 서영교 의원(4선·서울 중랑갑), 박주민(3선·서울 은평갑), 전현희 의원(3선·서울 중-성동갑), 김영배(재선·서울 성북갑) 의원,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등이 있다. 당 지도부를 지낸 인물도 있고, 3·4선 중진 의원들도 다수 포함될 정도로 이름값이 높다.
하지만 본선 상대로 꼽히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에 비하면 경쟁력이 약하다는 민주당 내 평가가 많았다. 후보가 난립하다 보니 당내 경선에서 누가 이길 지도 '안갯속'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후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곳이 '용산(대통령실)'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중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공천은 대통령실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후보로 나선 의원들이 너도나도 '친명'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여러 의원들이 친명을 내세우는 것과 별개로 대통령실은 서울시장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훈식 비서실장의 서울시장 차출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이 대통령이 갑자기 정 구청장을 '일 잘한다'고 호명한 것이다. 서울시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 구청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정 구청장은 원외 인사로 당내 조직력이 약점이었는데,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친명의 지지라는 날개를 달게 됐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스스로를 '리틀 이재명'으로 부르며 행정가 출신 정치인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그동안은 한 손으로 박수를 치는 격이었는데, 이 대통령이 손뼉을 마주치면서 박수 소리가 제대로 났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정권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강훈식 실장과 김민석 총리의 거취가 큰 관심사"라며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면 대통령실 내부적으로 강 실장은 서울시장에 나서지 않고 김 총리는 당 대표에 나서기로 정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