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728조원의 총액은 유지됐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4조3000억원이 감액됐고 그 자리에 다른 예산이 4조3000억원 들어갔다. 1조1000억원 규모의 한미전략투자공사 출자 예산을 제외하면 3조2000억원이 여야가 밀어넣은 예산이다. 이런 예산 중 적지 않은 액수가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에 배정됐다. 이른바 '쪽지 예산'이다.
◇ 與 원내대표·수석부대표·예결위원장·간사·사무총장 등 지역구 예산 챙겨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지역 예산 하나 빠졌다"면서도 "예결위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에는 사자암 불교전통문화관 건립 예산 2억원이 증액됐다고 한다.
최근 인사 청탁 논란에 휩싸여 있는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역구인 충남 천안갑 관련 사업인 천안 동면~진천 국도건설(50억원), 천안에코밸리산단진입도로(18억원) 등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을 늘렸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병도(전북 익산을) 의원은 가축분뇨 공공 처리시설 설치(14억원), 익산역 확장 및 선상 주차장 조성(10억원) 등의 예산을 가져왔다. 예결위 간사인 이소영(경기 과천) 의원도 지역구 사업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운영 예산 71억6000만원을 늘렸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역구인 충남의 인공지능(AI) 예산을 150억원 확보했다. '충남권 AX 대전환' 사업기획비 10억원, 지역주도형 AI 대전환 사업 예산 140억원 등이다. 박 대변인은 내년 지방선거 충남지사 출마 후보로 거론된다.
대전 유성구갑이 지역구인 조승래 사무총장은 호남고속도로 서대전(원내동)∼회덕(전민동) 구간 확장 예산 23억4100만원과, 대전 청소년 미래 우주인재교육 사업 9억5000만원 등을 증액했다.
◇ 野 실세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로 확보
국민의힘 지도부도 만만치 않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김천에서 양천∼대항 국도 대체 우회도로 착공 10억원, 직지사 대웅전 주변 정비 2억2500만원, 노후정수장 정비 9억5900만원, 문경∼김천 철도 건설 30억원 등의 예산을 늘렸다.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지역구가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이다. 평창 도암호 유역 비점오염저감시설 확충 81억8300만원, 평창 노동∼홍천 자운 국도 건설 5억원, 홍천 자운지구 다목적 농촌 용수개발 3억원 등 다양한 지역구 예산이 국회 협의 과정에서 늘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지역구인 부산 강서구에서 국회부산도서관 소방 안전시설전 개선 예산 24억3000만원, 부산 낙동강 하굿둑 상류 대저수문 등 개선사업 예산 30억원 등을 확보했다. 정희용 사무총장도 경북 칠곡군 북삼 인평공원 조성 예산 10억원과 성주군 가야산국립공원 법전리주차장 조성 예산 15억원, 낙동강 왜관제방 확장 예산 5억원 등을 확보했다.
지역구 예산 확보에서 소외된 일부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도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야 합의를 서둘렀다는 볼멘소리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대부분이 영남 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탓에 국민의힘이 국회 협의 과정에서 확보한 예산도 영남 지역이 많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서울과 수도권 예산을 당 차원에서 챙겼어야 하는데 지도부가 자신들의 민원만 해결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