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성권, 김용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2·3 계엄 사태 1년을 맞아 국민의힘 소속 25명의 국회의원이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께 사죄드린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오히려 계엄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혔다. 계엄 1년을 맞아 국민의힘 혼란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2·3 계엄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이성권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낭독한 공동입장문에는 모두 25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서명했다. 가나다 순으로 고동진, 권영진, 김건, 김성원, 김소희, 김용태, 김재섭, 김형동, 박정하, 박정훈, 배준영, 서범수, 송석준, 신성범, 안상훈, 안철수, 엄태영, 우재준, 유용원, 이상휘, 이성권, 정연욱, 조은희, 진종오, 최형두 의원이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행동"이라며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은 추락하고, 우리 국민은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소장파 의원들은 "12.3 비상계엄을 위헌 위법한 것으로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재창당 수준의 정당혁신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따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모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심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정작 장동혁 대표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장 대표는 이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고 했다.

그는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12·3 계엄에 대해 사과한 것이 아니라 계엄 이후 보수 세력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사과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계엄 옹호 세력과의 단절 메시지도 없었다.

장 대표는 "4번 타자 없는 구단이 운동장만 넓혀서는 우승을 할 수 없다"며 "정체성과 신념, 그리고 애국심을 갖춘 보수정치의 4번 타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세력과의 연대나 확장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야권에서는 바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고 퇴행을 거듭했다"며 "장동혁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 몹시 실망스럽다"고 했다. 김 의원은 "보수 재건과 계몽령은 결코 함께할 수 없다"며 "우리 당을 폐허로 만든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면 대표의 자격도, 국민의힘의 미래도 없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국회도서관 쪽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의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는 메시지에 대해서 비상식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소속된 다수 정치인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상식적 시민들은 사과하는 마음이라고 확신한다"며 "국민들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계속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