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특별법이 26일 국회에 발의되면서 3500억달러(약 510조6500억원)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익 특별법"이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매년 한국 정부가 200억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만큼 법안 조문 하나하나를 놓고 여야가 꼼꼼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안을 제출한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국회에서 혹시라도 국익을 저해할 부분이 있는지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심의할 것"이라며 "시간을 정하지 않고 꼼꼼하게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법안에 대한 송곳 심의를 예고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임이자 의원인 것도 야당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국민의힘은 대미투자특별법이 아닌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위에서 법안 처리에 제법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원리금 수익 배분 방식과 안전장치다. 한국이 투자한 프로젝트에서 수익이 나면 투자 수익을 한국과 미국이 5대 5의 비율로 배분한다. 투자 원금과 이자를 더한 원리금 상환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 비율을 유지하게 된다. 원리금 상환이 끝난 이후에는 투자 수익 배분이 한국과 미국에 각각 1대 9로 바뀐다.
대미투자는 20년을 시한으로 정해놨다. 20년 안에 전체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환 이자율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것보다 0.3%p 높였다. 상환 이자율은 미국 국채 20년물 고정 금리를 기준금리로 쓰고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식으로 계산한다. 가산금리는 미국과 일본이 합의한 가산금리보다 30bp(0.3%p) 높였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자 수익에 대해 설명하면서 "수익률 측면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100bp 이상 유리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한 구조로 수익 배분 방식을 짰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투자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수익을 미국에 절반이나 나눠야 하는 불공평한 현실은 여전하다. 협상을 이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 투자 수익 배분에 대해 '을사늑약은 저리 가라 할 정도'라는 표현을 쓰며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법안 심의 과정에서 투자 수익 배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아예 수익이 나지 않거나 수익이 나더라도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적은 수익이 날 가능성도 크다. 미국 국채 20년물 고정 금리는 4.61% 수준이다. 가산금리를 더해서 상환 이자율이 5% 정도라고만 가정해도 연 200억달러 투자에 10억달러(약 1조4600억원)의 이자 비용이 생긴다. 이만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10년 동안 꾸준히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할 지도 뚜렷하지 않다.
손실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개별 프로젝트 별로 특수목적회사(SPV)를 만들어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전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투자 특수목적법인을 개별 SPV 위에 둬서 우리가 투자한 원금과 이자를 관리하게 하는 식이다. 이런 구조를 만든 이유는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그 위험이 해당 법인에만 한정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보증을 하는 만큼 손실 위험을 완전히 분산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놓고도 여야가 입장이 다르다. 정부는 미국 정부와 맺은 MOU와 특별법을 통해 대미 투자 한도를 연간 200억달러로 제한했다고 하지만, 역시나 외환시장에 부담이 될 만한 규모다. 외환시장이 기대했던 통화 스와프 체결도 불발되면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연 200억 달러 투자는 우리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비상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통화스와프도 없는 상황에서 어차피 비상금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200억 달러를 어떻게 채워 외환시장 안정을 담보할지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