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분쟁에서 한국 정부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한 전 대표는 검사 시절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유죄를 이끌어 냈다. 또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국제중재 재판에서 론스타의 일부 승소가 나오자 이에 맞서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조선비즈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 전 대표를 만났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국민의 혈세를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갔다"며 "민주당에선 '당신이 이자를 물어줄 거냐'면서 계속 반대했는데 피 같은 국민의 돈 2800억원을 지키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 '주가조작 유죄' '중재판정 승소' 모두 받아내
한 전 대표는 19년 전인 2006년 11월 21일을 언급했다. 그는 "2006년 11월 21일에 론스타 법인을 (주가조작으로) 기소했다"며 "이후 진행된 론스타와의 국제중재 재판에서 한국 정부의 핵심 무기, 유일한 최종병기가 론스타가 주가조작의 책임이 있다는 걸 (앞서 형사재판에서) 입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9년 뒤인 2012년 1월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매각 이익으로 4조7000억원을 남겼고 9년 동안 배당으로도 수조원을 챙겼다.
그런데도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46억7950만달러(약 6조8600억원)를 배상하도록 중재해달라는 투자자-국가분쟁(ISD) 소송까지 제기했다.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이 지연돼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었다.
한 전 대표가 검사 시절 맡은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은 국제중재 재판에서 한국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론스타와 관련해 진행된 여러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된 건 주가조작 사건이 유일하다.
한 전 대표는 "론스타는 국제중재 재판에서 매각이 지연된 것이 한국 정부와 국회가 외국인 투자자를 차별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며 "이 과정에서 국회 속기록까지 가져와서 (한국 정부와 국회의) 민족주의적 감정 때문에 자신들이 핍박받았다는 주장도 펼쳤다"고 했다.
론스타의 주장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증거가 주가조작 형사재판 유죄 판결이었다. 검사이던 한 전 대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자회사였던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감자(減資)설'을 퍼뜨려 주가조작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6년 론스타 법인과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 등을 기소했고, 이 사건은 2011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미국 자문사 핵심 임원들의 이메일에서 감자설이 허위라는 증거를 찾아냈고, 이들을 설득해 한국 법원에서 증언까지 하게 만들었다"며 "1심 재판이 얼마나 치열했느냐면 당시 부산에 있다가 재판이 있을 때만 서울에 올라왔는데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이 다음 날 새벽 4시 30분까지 이어져서 끝나고 바로 부산으로 내려온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론스타의 주가조작을 유죄로 인정 받은 덕분에 국제중재 재판도 유리하게 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8월 론스타에게 2800억원을 줘야 한다고 인정한 ICSID 판결을 보면 다수 의견조차도 론스타가 주가조작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었다"면서 "브리짓 스턴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중재판정관은 주가조작이 인정된다며 아예 배상 금액을 한푼도 인정하지 않는 소수의견도 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런 로직(논리)이면 배상금을 '제로'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국격이 있는데 어떻게 (주가조작) 범죄자들에게 나라가 배상금을 줄 수 있느냐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나랏돈 7조 지키는 게 국익…반대했던 민주당은 낄 자격 없어
론스타 사건은 여야 모두에게 피하고 싶은 주제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 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였고, 당시 이를 주도한 실무자인 추경호, 한덕수 등은 모두 국민의힘에 속해 있다.
한 전 대표는 '국익'을 이야기하면서 론스타 문제는 소속 정부나 정당에 상관 없이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갖고 챙겨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는 것과 나랏돈 7조원을 지키는 것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정치의 디폴트는 국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는 공을 다툴 생각이 없다"며 "정부에서 발표할 때 대한민국의 승리라고 했다면 같이 박수치고 말았을 텐데, 이걸 '이재명 정부의 쾌거'라고 하니 팩트를 바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 인사들이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 발목을 잡은 사례를 거론하며 "민주당은 여기에 낄 자격이 없다"며 "자기들은 적극 반대했던 사람들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법무법인 태평양을 승소의 주역으로 치켜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태평양이 다른 사건에서 론스타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면서 쓰지 말라고, 자르라고 압박했던 사람들"이라며 "태평양이 올림푸스캐피털 사건에서 론스타를 상대로 이겨본 경험이 있어서 태평양을 선정했는데, 그걸 막겠다고 온갖 자료 요구를 하고 실무자를 압박했던 게 민주당"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