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요 동맹국이 정부 대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미국 무기를 구매할 때 비순환비용(NC·Non-Recurring Cost)을 부과키로 한 가운데, 정책 변경에 따라 한국군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122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미국의 견적을 받기 전 예상 금액인 데다 한국이 250억 달러(약 37조원)의 무기를 구매키로 한 만큼, 부담 규모는 수백억원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군 안팎에선 미국과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방위사업청(방사청)에서 받은 '미국의 NC 정책 변경 영향성 검토 결과 보고'에 따르면 미 전쟁부(국방부) 국방안보협력본부(DSCA)는 지난 7월 1일 이후 접수되는 신규 FMS 사업에 대해 NC 금액의 5%를 부과하기로 정책을 변경했다. 지난 2008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한국, 호주, 일본,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에 이 금액을 면제했었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런 내용이 한국 정부에 통보된 건 지난 8월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스1

NC는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라 미 정부가 방위물자의 개발비용이나 생산 투자비를 구매국으로부터 회수하는 비용을 말한다. 미 전쟁부(국방부) 국방안보협력본부(DSCA)가 구매국의 물량 등을 고려해 NC 규모를 책정해 고시한다. FMS 방식으로 도입키로 한 계약의 총금액 중 3~13% 정도가 NC로 책정되며 이 NC 금액의 5%를 부과하겠다는 게 미 정부 정책 변경의 핵심이다.

한국군이 FMS 방식으로 도입을 확정한 미국산 무기체계는 총 5개다. 패트리엇 미사일 성능개량 2차(2조559억원), 장거리 함대공(艦對空) 유도탄 SM-6(4125억원), 해상탄도탄 요격 유도탄 SM-3(8039억원), 해상작전헬기Ⅱ(3조2433억원), 복합 유도폭탄(2847억원) 등이다. 군 당국은 총 7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5개 사업 중 NC 부과 대상 사업은 3개로 122억원이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패트리엇 미사일 성능개량 2차 사업과 SM-6 사업의 경우 방사청이 이미 NC 면제를 요청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군 당국은 미 정부의 정책이 바뀌더라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NC 정책 변경에 따라 부과되는 금액이 한국군의 FMS 도입 사업 규모의 1% 미만이라는 이유에서다. 방사청 관계자는 "FMS 도입 사업 진행을 위해 미국 정부 공무원들이 한국에 오는 등 행정비용에 대해서만 부과되기 때문에 아주 일부분"이라며 "군이 FMS 도입을 확정한 사업 규모의 0.16%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패트리엇(PAC-3)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 /뉴스1

다만 현재로선 122억원이 넘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아직 군 당국이 미국으로부터 전체 견적서를 받지 못했다. 또 지난 14일 한미가 발표한 관세·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에는 2030년까지 2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도 명시돼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추산한 금액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앞으로 미국산 무기를 계속 들여와야 하는데, 구매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행인 건 한국이 구매해야 할 250억 달러 규모의 무기 중 FMS 외에 정부가 여러 방산업체를 경쟁 입찰에 부치는 상업 구매도 포함돼 있다. 상업 구매 방식으로 무기를 도입할 경우에는 NC 금액이 부과되지 않는다.

군 안팎에서는 내지 않아도 될 금액이 부과되는 것인 만큼 미 정부와 면제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용원 의원은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이 예상치 못하게 쓰이게 된 상황"이라며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늘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런 비용이 과도하게 청구되지 않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안보협력위원회(SCC)나 한미 고위급 면담 등 여러 루트로 면제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협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