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용 국산 엔진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달 다수 정부 부처가 모이는 범부처 협의회가 진행될 예정인데, 지난 2023년 첨단 항공엔진 개발 선언과 지난해 로드맵 발표에 이어 실무 회의까지 단계를 밟아가는 모양새다. 그간 방산업계에선 부처 간 불협화음이 있어 통합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개발에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이다. 예산도 내년도 예산안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동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오는 28일 항공엔진 개발과 관련해 범부처 협의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첫 회의로, 개발 계획과 인증 등의 절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과 국방부, 산업통상부, 우주청,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올해 초 방사청이 1만6000lbf(파운드 포스·엔진 출력 단위)급 항공엔진 개발을 로드맵을 밝힐 당시엔 산업부만 포함돼 있었는데, 협력 부처가 늘어난 것이다.
방사청의 로드맵의 핵심은 총 3조3500억원을 들여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플랫폼에 탑재될 1만6000lbf급 항공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KF-21에 탑재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F414 엔진보다 연료 소모율을 15% 낮추는 등 좋은 성능의 엔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사청은 2040년쯤 전력화될 KF-21 블록3(3차 성능 개량)에 탑재하도록 개발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방사청이 이 같은 로드맵을 준비할 당시 업계의 걱정은 부처 간 힘겨루기였다. 대표적인 게 군의 정찰 위성 사업인 '425 사업'이다. 군과 국가정보원,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누가 위성 관제권을 가지는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었던 탓에 5년간 지체됐었다. 2002년 한국형 헬기 개발 사업에선 국방부와 산업부가 각각 예산을 편성해 개발을 추진하는 등 독자 노선을 걷기도 했었다.
하지만 항공엔진 개발 사업은 시작부터 부처 협의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엔진 사업에 뛰어든 한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 부처 간 다툼으로 사업이 지연된 사례가 있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부처 간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엔진 개발 사업은 지난해 말 예산을 확보해 올해부터 본격 속도를 내려고 했지만, 12·3 비상계엄 등 여파로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늦어진 바 있다. 엔진 개발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항공엔진 개발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대두됐다. 현재 양산을 시작한 KF-21과 수출 계약이 체결된 FA-50 등 한국산 전투기에는 미국제 엔진이 장착된다. 이에 따라 수출 시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또 엔진 종류에 따라 수리를 위해 미국에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동안 전투기를 운용하지 못한다. 아울러 항공엔진 개발에 성공하면 민항기 엔진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파급 효과가 크다.
내년에 쓸 항공엔진 예산도 우선 정부안에 전액 반영된 상태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심사가 끝나면 기술 개발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정부안에 반영된 예산의 명칭은 미래 도전 기술 개발 사업으로 총 86억원이다. 군 당국은 이 예산을 확보하면 내년 초 엔진의 추력 강화 장치인 애프터버너와 증기로 동력을 만드는 저압 터빈, 연소기, 고압 압축기 등 기술 개발 사업을 공고할 예정이다. 심현석 방사청 항공엔진 파트리더는 "본 사업 착수 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난도 기술 개발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사업은 2027년부터 예정돼 있다. 내년 하반기쯤 진행될 항공엔진 개발 관련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조사를 통과하면 방사청은 2027년부터 상반기부터 약 700억원을 시작으로 3조원 넘는 예산의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항공엔진 개발 사업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뛰어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