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이집트 국영 신문 알 아흐람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현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실용적·단계적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부터 2박 3일간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계기로 '한국과 이집트 : 함께 한 30년과 함께 만들어 갈 미래'라는 제목의 글을 언론에 기고하며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가 만들어 나갈 모든 미래의 기본적 토대는 '평화'"라며 "이집트는 지난 2년간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중재국으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인내를 보여줬고, 대한민국도 지난 70여년간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여정을 계속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남북 교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한과) 국제 사회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집트의 지지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 모두 지역의 평화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며 "중동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꾸준히 동참해 온 한국과 한반도 평화를 일관되게 지지해 온 이집트 간 '평화 협력'의 폭이 앞으로 더 넓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공통점을 언급하며 경제·문화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이집트는 모두 대륙·문화·교역의 가교라는 지정학적 운명 속에 불굴의 의지로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운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을 파피루스에 세밀하게 기록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을 일궜고, 한국도 한강을 중심으로 국가를 발전시켰다"고 떠올렸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이집트 내 생산 공장을 가동하면서 이집트의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집트 베니수예프주의 삼성 공장과 샤르키아주의 LG 공장에서 TV, 세탁기, 최신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설립한 한·이집트 기술대학에서 이집트 청년들은 기계, 전기,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기술을 스스로 익히며 성장의 기회를 늘리고,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문화 분야에 있어서는 "이집트에서 한국 음악과 드라마 얘기가 꽃을 피운다고 한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집트를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더불어 "배움에 목말라 초등학교 때 왕복 4시간을 걸어 다닌 기억이 있기에 교육의 힘을 잘 알고 있다"며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교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이집트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비전 2030'의 가장 신뢰할 파트너는 대한민국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집트인들의 원대한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