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기업이 종업원(직원)에게 제공한 자사 제품 할인액을 근로소득으로 보고 과세에 나섰다. 직장인에 대한 '깨알 증세'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실제로 현대차 직원들이 올해 이 제도 때문에 근로소득세를 최소 수십억원은 더 낸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현대차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현대차가 직원들에게 직원 할인을 적용해 판매한 차량 대수는 1만5169대로 집계됐다. 차량 가격은 8840억원이었고, 이 중 직원이 아니어도 받을 수 있는 일반할인을 제외한 시가는 8802억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 과정에서 삼성전자(005930)나 LG전자(066570), 현대차(005380) 같은 기업들이 임직원 복리후생 차원에서 자사 제품 구매시 할인 가격 혜택을 주는 것을 근로소득으로 과세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기존 법령에서도 종업원 할인금액은 근로소득으로 보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과세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기재부는 이걸 명문화해서 정확하게 과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기재부가 제시한 기준은 제품 시가의 20%까지만 비과세를 적용하고, 직원이 할인 받은 금액에서 비과세 한도를 뺀 나머지는 근로소득으로 보고 과세한다는 것이었다.
현대차는 직원들에게 근속 연수에 따라 8~30% 정도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 1~8월에 직원들에게 제공한 할인금액은 2407억원이었다. 할인금액에서 시가(8802억원)의 20%인 비과세 한도를 빼면 667억원 정도가 남는다. 이 부분이 고스란히 근로소득 과세분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2023년 기준 평균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인 6.5%를 적용하면 대략 43억3500만원 정도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추가로 냈다는 계산이 선다.
현대차 외에도 많은 기업이 종업원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 전체로 확대하면 직장인들이 추가로 내는 근로소득세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천하람 의원실이 지난해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직원 할인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면, 직원들이 3154억원의 근로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신세계백화점, 삼성물산 같은 기업들도 직원들이 수백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재부가 종업원 할인에 대한 과세에 나서자 정치권에서는 '안그래도 유리 지갑인 직장인에 대한 깨알 증세'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현대차가 제출한 자료를 통해 실제로 직장인의 세 부담이 늘어난 것이 확인된 셈이다.
천하람 의원은 "정부는 말로는 비과세 범위를 명확하게 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중산층 직장인들에 대해서 증세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근로소득에 대해 과세되지 않던 영역에서까지 깨알 증세하는 건 조세정의에 불합치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