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P-3CK 해상초계기 탑승자 4명 전원을 사망케 한 추락 사고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사고기 내부에 음성녹음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 등이 없어 사고 원인을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해군은 기계적·인적·환경적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재발방치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사고대책본부와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는 13일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P-3CK가 양력을 잃게 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9일 P-3CK는 경북 포항 해군기지를 이륙한 지 6분 만에 주변 공터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군 장교·부사관 조종사와 승무원 4명이 사망했다. 해군은 즉각 사고대책본부 등을 꾸려 조사해 왔다.

군 항공사고 조사관들이 지난 5월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야산에 추락한 해군 대잠 해상초계기 사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사고기는 FDR이 없는 기종이었다. CVR 또한 충격으로 훼손돼 복구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조사위는 기지 경계용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영상을 토대로 사고기의 이륙부터 추락 당시 위치, 고도, 기수의 방향, 자세각, 경사각 등을 분석했다. 또 P-3 항공기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사고기는 해군 비행장 이륙 단계에선 속도와 고도, 자세가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고도를 높이기 위한 선회 단계에서는 정상 비행 때보다 속도가 줄었고 고도 상승이 미미해졌다. 또 받음각(날개가 뻗은 방향과 공기가 흐르는 방향 사이의 각도)이 컸고, 프로펠러 각도도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에서 사고기의 속도가 160노트(시속 296㎞)에서 67노트(시속 124㎞)까지 줄면서 양력을 잃고 조종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해군은 판단했다. 고도가 충분했다면 중력에 의해 증가하는 속도로 양력을 회복할 수 있었겠지만, 당시 사고기의 실속(失速·비행 도중 양력을 잃은 상황) 시점 고도는 950피트(290m)여서 양력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조사위는 사고기의 출력 감소와 엔진, 프로펠러, 연료, 조종 및 유압 계통 등 기계적 요인도 조사했다. 다만 지상과 충돌하기 전까지 모두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4개의 엔진 중 1번 엔진 파워터빈 1단에서 내부 이물질에 의한 손상이 확인됐다. 다만 조사위는 이 손상이 조종사에게 일부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사고의 직접 원인은 아니라고 봤다.

해군이 보유한 P-3C 초계기.

조사위는 이어 사고기 자체가 오래된 기종인 만큼,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기계적 요인을 꼽았다. 해군 관계자는 "FDR이 없는 구형 기종이었던 데다 받음각을 확인하는 계기판도 어려운 위치에 있어 실속 징후를 제때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조종사들이 실속 및 조종 불능 회복 훈련을 받지 못해 실속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정권 합동사고조사위원장은 이날 "조종사의 행동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 "실속 접근 징후 인지, 회복 절차 수행 능력 형성이 미흡했을 개연성과 조종 수행상 에너지 관리, 자세 관리가 미흡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해군은 재발 방지를 위해 비행 승무원 대상 비행 훈련을 강화하면서 조종사 대상 실속 및 조종 불능 회복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사고 기종에 실속 경보장치를 부착하고 받음각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판의 위치를 조종사가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로 옮기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한편 해군은 사고기인 P-3CK의 비행 재개 시점에 대해선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