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뉴스1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지난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돌파했다. 올해 최저점이 2290이었는데 불과 1년이 지나기 전에 2배 가까이로 오른 셈이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내세웠던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밸류업 정책이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기형 의원(도봉구을)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9월 초까지 코스피가 3600까지 오른 건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9월 중하순부터 최근까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이 반영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4000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국내 증시의 정상화가 이제 막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와 코스피의 차이를 만든 게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있다고 봤다.

일본은 2014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밸류업 정책을 담은 이토 보고서를 내고 착실히 개혁 작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 10년 동안 닛케이는 3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한국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발표 이후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주식시장의 불신이 커졌고, 그 결과로 10년 동안 코스피지수가 2000~3000 사이에 갇힌 '박스피'에 머물렀다는 게 오 의원 설명이다.

오 의원은 1·2차 상법 개정을 속도전으로 진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설명했다. 그는 "6월에 우리가 더 과감하게 나선 이유가 (지배구조 개혁 정책을) 사람들이 너무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내외 투자자나 증권사들도 '너네 정권 초니까 그러는 거겠지' 이런 식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형성됐고, 상당 기간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3차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 세제 개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오 의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는 과정을 올해 말까지 하는 것"이라며 "특정 제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에서 불공정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언제 발표될 지를 주목하고 있다. 오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우리가 고민했던 흔적들을 이미 다 보여줬다"며 "9월과 10월에 다양한 형태로 의견을 취합했고, 특위 차원에서는 준비가 상당히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을 만드는 건 1~2주면 끝난다"며 "지금은 원내 지도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의원은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특위 소속의 김남근 의원이 제시한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근 의원은 자사주 신규 취득분은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기존 보유분은 자본금의 10% 이내 보유총량 같은 상한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자사주가 많은 기업의 경우 연 10%씩 단계별로 소각하게 하는 예외를 두는 방안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주를 취득했으면 발행주식 총수에서 빼야 하는 것"이라며 "자사주는 자산이 아니라 미발행주식"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 '자사주는 자산'이라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자사주가 자산이면 주식을 계속 발행해서 봉이 김선달처럼 팔면 떼부자 될 일이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신주를 계속 발행하면 주가가 계속 떨어질 텐데, 자사주가 자산이라는 주장은 성립 가능한 논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란과 관련해서는 "유연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오 의원은 "세금 정책으로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했는데 적절하지 않았고 효과도 없었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세금 정책이 자본시장 활성화의 중심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기형(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KRX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코스피 사상 최초 4000 돌파 기념행사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 의원은 세금 정책이 가치투자와 분산투자,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폐지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재도입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오 의원은 "어떤 주식은 손해를 보고 어떤 주식은 이득을 봤으면 손익을 통산해서 그 잔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야 분산투자나 장기투자에 도움이 된다"며 "금투세가 도입이 됐다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좀 더 유연하고 과감하게 갈 수 있을텐데 이게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세금 정책 이야기를 하다보니 논쟁이 이상한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공정 과세와 분산 투자, 장기 투자에 유리한 세제 개편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며 "같은 맥락에서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주가누르기 방지법'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의원은 "우리 주식시장이 (투자자) 뒤통수 치는 시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는 시점부터가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신뢰를 만들기 위해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같은 자본시장법 개선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특위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며 "(증시가) 업사이드로 가기 위해서는 예산을 매개로 한 정부의 산업 투자 전략, 산업 재편, 미래산업에 투자, 기업들의 성장,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