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법)이 시행되면 대기업 사내외 협력사 노동조합이 원청과 직접 교섭이 가능해진다. 하청업체 노조가 하청업체를 건너 뛰고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경영판단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에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005380)의 구체적인 하청업체 규모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3일 현대차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현대차 노조 및 협력업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사내외 협력사를 모두 더하면 8500개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하청업체 규모를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사내협력사는 모두 124개다. 사내협력사는 원청의 사업장 내부에서 근무하는 하청업체를 말한다. 핵심업무 협력사가 2개, 비핵심업무 협력사가 67개, 경비·청소 같은 사무지원업무 협력사가 55개다. 사내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만2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현대차가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 사외협력사는 1, 2, 3차 협력사에 일반 구매 협력사까지 포함된다. 현대차는 1차 협력사가 386개사라고 밝혔다. 그동안 간접적으로 현대차 1차 협력사를 추산한 자료는 있어도 현대차가 직접 1차 협력사 규모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차 협력사는 현대차가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곳인만큼 역시나 현대차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2·3차 협력사는 5000여개사로 추정됐다. 현대차는 "2·3차 협력사는 직접적인 거래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추계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반 구매 협력사는 3000여개사로 추정된다. 2·3차 협력사나 일반 구매 협력사는 현대차에 직접 부품이나 자재를 납품하지는 않지만 현대차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이들 기업 노조가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 사내외 협력사를 모두 합하면 8500개에 달한다. 복수노조는 제외한 것으로 복수노조가 있는 곳까지 더해지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재계에서 노란봉투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기업 경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천하람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원청과 하청 모두에 무리한 교섭 의무를 떠넘기고,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법"이라며 시행 전에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