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상 최초로 4000을 넘어서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7일 하루 동안 축제 분위기였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2·3계엄 내란사태로 시총 144조원이 증발했다. 그때만 해도 코스피 3000도 어렵다는 비관론이 많았다"며 "지금 우리 시장은 그 예상을 뒤집고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라는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 다시 떠오르는 분위기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코스피가 장중 4000을 돌파했네요. 차분하게,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글을 공유하면서 "이제 코스피 4000이니 금융투자소득세 재추진하실 때"라고 했다.
장 전 의원은 이소영 의원이 작년 8월 한 언론사와 인터뷰한 글도 게시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금투세는 도로 포장도 안하고 통행료 받겠다는 이야기"라며 금투세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만일 주식 투자자라면, 적어도 국내 증시가 17년째 갇혀 있는 '박스피'를 벗어나 3000선 위에 완전히 안착하고 4000을 향해 가는 정도의 상황이 돼야 '시장 불투명성이 개선이 된 만큼 세금도 감수할 수 있다'고 여길 것 같다"고 말했다. 금투세 도입의 기준으로 코스피지수 4000을 제시한 것이다. 이 의원이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코스피 지수는 2000 중반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코스피지수 4000은 당분간 쉽지 않은 고지로 보였지만, 불과 1년여 만에 달성한 것이다.
금투세는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진보 진영의 가치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4일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면서 오랜 당론을 뒤집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은 계속해서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주식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 대통령이 결단을 한 것이다.
당시 금투세 도입 유예나 폐지를 주장한 민주당 의원들이 내세운 명분이 '금융시장 안정'이었다. 이소영 의원이나 이언주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언주 의원은 작년 9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시킨 다음 시행해도 늦지 않는다"며 "현재 주식시장은 17년째 '2천 대 박스피' 상황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국내 상장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여 만에 코스피지수가 4000을 넘어서고, 증시도 활황이지만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를 언급하는 의원은 없다. 이날 조선비즈가 이소영 의원과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에게 금투세 도입에 대해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연락이 닿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도입을 묻자 난색을 표했다. 그는 "이제 한 번 4000을 찍었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국민들이 지금부터 재산은 부동산이 아니라 증시에 맡겨서 계속 불려야겠다는 정도의 인식이 고착화돼야 한다"며 "기자들이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너무 과도해져서 불을 꺼야 한다는 상황에서 진정시키는 카드로 (금투세를)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당장 내 돈 나가는 걸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정치권에서는 가뜩이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과 중도 표심이 얼어붙는 와중에 민주당이 민감한 세금 문제를 꺼내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최근 보유세 강화를 놓고 당정이 엇갈린 모습을 보인 직후 민주당 지도부가 서둘러 수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유세나 금투세 같은 민감한 세제는 지방선거 전까지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전 의원은 "주식시장이 불황이라 금투세를 도입할 수 없다고 하던 사람들에게 진작부터 말했다. 활황이면 활황이라 못한다고 말할 거 아니냐고. 실업률이 높으면 근로소득세를 폐지할 건가"라며 "주식시장 상황과 금투세 도입은 애초에 연관지을 대상이 아니다. 그저 금융투자소득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의도를 감추는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