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서 한국 선박과 중국 해경 간 대치 상황이 발생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한국 선박은 중국이 무단 설치한 구조물을 점검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7일(현지 시각) '잠정조치수역에서의 한중 대치' 보고서를 통해 "9월 말 잠정조치수역을 둘러싸고 한중 간 긴장이 또 한 번 고조됐다"고 밝혔다.
CSIS가 해양 정보 회사 '스타보드 해양 정보'의 자동식별시스템(AIS)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9월 24일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의 해양조사선인 온누리호가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진입했다.
잠정조치수역은 한중이 어업 분쟁 조정을 위해 2000년 한중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의 200해리(약 370㎞)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에 설정한 수역이다. 중국은 심해 연어 양식 시설이라며 PMZ에 선란 1호(2018년)와 2호(2024년)를 설치했고, 2022년에는 관리시설이라며 석유 시추 설비 형태의 구조물도 설치했다.
온누리호가 잠정조치수역에 들어간 지 약 6시간 뒤, 중국 해경 경비함 한 척이 온누리호 쪽으로 접근했고, 이어 중국 해경 함정 두 척이 추가 투입됐다. 한국 해경 함정도 온누리호를 지원하기 위해 이 지역으로 접근했다.
다음 날 온누리호와 한국 해경 함정은 중국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양식 구조물 선란 1호와 2호에 접근했다. 온누리호가 시설 점검을 위해 구조물로 다가가자, 중국 해경 함정 두 척이 온누리호를 양쪽에서 에워쌌다. 중국 측은 구조물 주변을 지나 귀항하는 온누리호와 한국 해경 함정을 15시간 동안 추적했다고 한다. 두 나라 선박이 가장 가까웠을 때 거리는 3㎞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SIS는 "이번 사건은 2025년 2월 발생했던 대치 상황과 유사해 보인다"며 "중국이 분쟁 해역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해양 구조물 주변에서 의도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감시 활동을 지속하는 패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CSIS는 모든 외국 선박에 대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의 항행 자유를 보장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잠정조치수역 내 구조물 설치가 서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영유권 주장을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한국 정부도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