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을 이길 카드를 찾아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시·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서울 집값이 오르면서 갈수록 보수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며 "현직인 오세훈 시장을 이길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아직 8개월이나 남았지만 정치권은 이미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현직 의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고, 접전지를 중심으로 주요 후보군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월 2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재정비촉진사업 규제철폐 적용 1호 사업장인 미아2구역을 둘러보고 있다./뉴스1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선거 최대 관심 지역은 서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현직인 오세훈 시장의 5선(3연임) 도전이 유력하다. 오 시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 25개 자치구에서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25대 0으로 눌렀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은평, 강북, 노원, 도봉, 중랑, 관악, 금천에서도 모두 오 시장이 이겼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후보로 오 시장이 또다시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철수, 나경원, 배현진 의원 등의 이름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오 시장의 서울시당 장악력이 여전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당내에서 다른 후보를 거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후보군이 난립한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여러 후보가 나서고 있다. 박홍근(중랑구을·4선) 서영교(중랑구갑·4선) 박주민(은평구갑·3선) 전현희(중구성동구갑·3선) 의원과 홍익표(서초구을·3선)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새서울특별위원장과 국회원의 및 시·구의원 등이 지난 4월 30일 서울 중구 시청앞에서 '싱크홀 사고 사과 요구 및 '복붙' 안전대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박주민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박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을 대한민국 미래를 이끄는 '맏이 도시'로 만들겠다"며 "서울을 바꾸는 진짜 일꾼에는 누구보다도 제가 적합하기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원내보다 원외에서 경쟁력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공천을 받기는 힘들 수 있지만, 경선으로 간다면 박 의원이 다른 후보들보다 오히려 나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싱크탱크를 만드는 움직임도 이어진다. 전현희 의원은 얼마 전 국회에서 '글로벌 K-서울 도시정책 포럼' 발족식을 열었고, 홍익표 전 의원도 최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도시와 미래' 포럼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모두 지방선거에 대비해 지지자를 모으고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싱크탱크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만으로는 오 시장을 이기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김민석 국무총리나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차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직인 김동연 지사의 수성과 이를 넘으려는 여야 후보들의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서울과 차이가 있다면 3연임 도전이 확실시되는 오 시장과 달리 김동연 지사는 당내 경쟁부터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6월 2일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당시 후보가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마라톤빌딩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본 후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있다./뉴스1

김 지사는 사실상 연임 도전에 나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내 여러 전·현직 의원들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추미애(하남시갑·6선) 의원과 김병주(남양주시을·재선) 의원이다.

추 의원과 김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강성 민주당 지지층을 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추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각을 세우고 있고, 김 의원도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연일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외에도 조정식(시흥시을·6선) 의원, 박정(파주시을·3선) 의원, 염태영(수원시무·초선) 의원, 이언주(용인시정·3선) 의원, 한준호(고양시을·초선) 의원, 박광온(수원시정·3선, 비명계) 전 의원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다.

국민의힘에선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와 맞붙어 석패했던 김은혜(성남시 분당구을·재선) 의원과 원유철(평택시갑·5선) 전 의원이 거론된다. 김선교(여주시양평군·재선) 의원도 후보로 거론되지만 최근 경기도당위원장을 맡아 직접 선거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시장이 '3선' 도전을 노리는 인천시장도 격전지로 분류된다. 현직인 유 시장에 맞서서 민주당에선 박남춘 전 인천시장과 박찬대(3선·연수갑) 의원, 유동수(3선·계양구갑)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을 탈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천에서 나고 자라고 학교를 나온 '찐인천' 출신을 내세워 선거를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의 모습./뉴스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도 대선주자급 선거로 주목 받는다. 여권에선 계양을에서 5선을 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송 대표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며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을 당시 당 상임고문이던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겨준 바 있다.

송 대표는 정치자금법 재판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여기서 무죄를 받으면 정치권 복귀가 유력하다. 최근 송 대표의 북콘서트에 이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면서 계양을 출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의 계양을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누가 됐든 이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에선 대선 주자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도 계양을 출마 후보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