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 1척이 26일 오전 5시 6분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물러났다. 북한 선박의 NLL 침범은 2022년 10월 24일 이후 약 2년 11개월 만이다. 이 선박이 오성홍기를 다는 등 중국 국적의 배인 척 속이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5시쯤 백령도 서북방 일대에서 북한 상선 덕성호가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50㎞ 지점에서 NLL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방송 및 경고사격을 실시했다"며 "이후 북한 상선은 우리 관할해역 밖으로 이탈했다"고 밝혔다. 이 상선은 약 1시간 동안 NLL 이남 5㎞까지 침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덕성호가 NLL에 접근할 때부터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반복된 경고통신에도 NLL을 침범하자 경계작전 중이던 대구급 호위함(2800t급)인 천안함이 기관총과 함포로 약 7회에 걸쳐 총 60여 발을 경고 사격을 실시했다. 이에 덕성호는 서쪽으로 항로를 틀어 오전 6시쯤 퇴거했다.
덕성호는 NLL 침범 후 중국 국적 선박으로 위장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합참 관계자는 "덕성호가 NLL 침범 이후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서 자신의 국적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임의로 변경했다. NLL 침범 이후 우리 측 함정이 가까이 가보니 덕성호가 오성홍기를 달고 있었다"며 "중간에 자기 명찰을 바꿔 단 것으로, 국적을 속이려 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덕성호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해당 수역이 공해로, 북한 선박과 달리 중국 선박은 자유롭게 지날 수 있기 때문에 국적을 위장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식별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덕성호가 고의로 NLL을 침범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일단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중국 어선 10여 척이 NLL 근처에 있었다"며 "중국 어선을 피하기 위해 항로를 변경하다가 NLL을 넘었을 가능성도 있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작전 수행 절차에 의거해 대응했다"며 "대비 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어떠한 상황에도 단호히 대응해 NLL을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