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건강을 위협하는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제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6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었지만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논의하지 못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알박기 금지법'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이견이 계속되면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연초를 원료로 만든 것만 담배로 정의해 규제한다. 화학물질을 합성해서 만든 합성니코틴은 연초 니코틴보다 유해 물질이 많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로 해롭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무방비로 유통되고 있다.
관세청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2021년 98t에서 지난해에는 532t으로 늘었다. 올해는 1월부터 8월까지 수입량만 491t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에 육박한다. 합성니코틴 수입 물량의 98%는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가 2022년부터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산 합성니코틴 물량이 규제가 없는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는 셈이다.
합성니코틴은 연초 니코틴보다 유해물질이 1.9배 정도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합성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를 쉽게 접할 수 있어 문제가 더 크다. 무인점포나 자판기,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6개국은 합성니코틴을 연초 담배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한국만 합성니코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국회에 합성니코틴 규제를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지만, 여야 간 정쟁에 밀려있다.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는 지난 9일 7개월 만에 회의를 열고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안건에 올렸지만, '알박기 금지법' 논의가 길어진 탓에 논의조차 못했다. 알박기 금지법은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하는 법으로 12·3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을 포함시킬 지를 놓고 여야가 맞서고 있다.
알박기 금지법 논의가 길어지면서 지난 9일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하지 못하자 한 야당 의원이 "언론에 야단맞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일에 이어 16일 열린 경제재정소위에서도 담배사업법 개정안 논의가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