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지난해 미국 구글 출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류 전 위원장의 미국 출장비에 대해 변상 조치를 요구했지만, 국회 예결위 결산소위에서도 "전례가 없다"며 보류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는 이달 초 2024회계연도 결산을 진행하며 류 전 위원장의 2024년 미국 출장비에 대해 변상 조치를 의결했다.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류 전 위원장의 해외 출장과 관련해 성과 없는 출장비용에 대해 환수를 포함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문제가 된 출장은 2024년 5월 14일부터 3박 5일 동안 진행된 미국 출장이다. 류 전 위원장은 당시 유튜브 라이브 도중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지자 구글 측에 불법·유해 콘텐츠의 빠른 삭제와 차단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 미국 구글 본사를 방문했다. 방심위는 류 전 위원장이 귀국하기도 전에 신속하게 보도자료를 배포해 구글 측이 '불법 유튜브 콘텐츠를 최대한 빨리 삭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구글코리아가 방심위를 항의 방문하고, 류 전 위원장이 구글 부사장과의 면담 도중 책상을 내려치는 등의 행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면담 성과를 놓고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류 전 위원장이 만났던 구글 부사장이 방심위 발표 내용을 부인하는 편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과방위는 류 전 위원장의 미국 출장 비용에 대한 변상 조치를 요구하면서 "(류 전 위원장이) 유튜브 담당자를 만나지 못하고, 방심위와 구글 간 협약이 명시적으로 기록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구글 관계자에게 언성을 높이는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류 전 위원장이 미국 출장에 쓴 돈은 1100여만원으로 알려졌다.
과방위를 통과한 류 전 위원장 출장비 변상 안건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예결위 결산소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국회 상임위별로 진행된 부처별 결산에 대해 예결위 결산소위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있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공무원이 출장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출장비를 변상하는 경우가 있었느냐"며 "출장보고서를 부풀려서 작성했다고 해서 이게 변상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해외 출장도 성과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류 전 위원장의 미국 출장 자체가 성과가 없었고, 허위 보고서 작성 등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는 과방위 차원의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법부당한 공무집행이 있었고 그로 인해 예산 지출이 낭비되거나 손해가 발생했다면 변상책임을 묻는 게 상식적"이라며 "이 문제를 찾아보면 단순 허위 보고서 작성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을 만나서 책상을 내리치고 호통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도 "류 전 위원장이 만난 마컴 에릭슨 구글 부사장은 방심위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며 "목적에 안 맞는 방식으로 출장이 이뤄졌기 때문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산소위에 참석한 기획재정부와 예결위 전문위원들은 출장비에 대한 변상 조치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무원 출장 지침에 변상이라는 조항 자체가 없을 것 같다"고 답했고, 예결위 전문위원도 "과다지급이나 불법이 확인되면 변상을 받을 수 있지만, 출장비와 관련해 변상을 요구하는 건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결국 논란이 계속되자 결산소위 차원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보류하기로 했다. 결산소위 위원장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변상이라는 조치가 취해진 사례가 거의 없다면 신중해야 할 것 같다"며 "부당한 목적이었는지 사실 관계부터 따져보고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