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지난 7월 3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이어 2차 상법 개정까지 마무리되면서 여당이 추진한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이 일단락됐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난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는 "이사 충실 의무는 1998년 12월 28일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상법을 개정하면서 생긴 제도인데, 이후 대법원 판례로 인해 원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운영됐다"며 "이번 상법 개정은 원래 상법의 취지를 되살린 것으로 잘 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 최고투자책임자와 카카오뱅크 초대 공동대표를 거쳐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경제 전문가다. 21대 국회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하기도 했다.

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경제더하기연구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조인원 기자

이 대표는 상법 개정에는 박수를 보냈지만, 세제 개편안을 비롯한 이재명 정부 초반 경제 정책에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세제 개편안과 내년 예산안, 부동산 대책 등이 경제 관료들의 손에서 늘 하던대로만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웠는데, 실용을 위해서는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명확하게 기준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50억 돌리고 의견수렴해야

이재명 정부 첫 세제개편안은 발표되자마자 주식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문제였다. 주식시장에선 '코스피 5000'을 외치던 정부·여당이 정반대의 길을 간다고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고,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확한 과세 원칙 없이 경제 관료들이 하던대로만 일을 하다 보니 이런 혼선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주주 기준 논란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논란과 맞닿아 있다"며 "금투세는 동일한 투자행위에 대한 과세는 동일해야 하고, 증권거래세 인하를 전제로 추진됐는데, 투자자들의 반발에 철회됐고 이때 대주주 요건도 50억원으로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관료들은 금투세 도입이 보류됐기 때문에 함께 추진한 증권거래세를 원래대로 돌리고 대주주 요건도 원상복구 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는데, 이런 정책 방향이 자본시장으로 돈의 물꼬를 트겠다는 이재명 정부 정책과 어떻게 일치할 수 있겠느냐"며 "제대로 된 당정협의 없이 기획재정부가 하던대로 8월 초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50억원으로 두고 내년 초까지 제대로 된 의견수렴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한다고 세수가 얼마나 늘겠느냐"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한데, 이번 논란은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참에 세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전환, 고령화 등 재정 수요가 큰 만큼 새로운 세원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하던대로 1년에 한 번씩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는 방식으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정확하게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지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방향이 잘못됐는데 임기응변으로 미봉하기만 하면 누더기가 된다"며 "지출은 많은데 어떤 세금은 깎아주겠다고 하면 아귀가 맞을 수가 없다. 대통령실에서 나서서 지침을 명확하게 하고, 우리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세제개편안 논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기획재정부 당정협의가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뉴스1

◇배임죄 대안은 디스커버리 제도…성과 서두르면 관료에 포위당해

최근 배임죄 폐지 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대표는 "우리는 형법으로 배임죄를 물어 처벌하는데 미국만 해도 배임죄가 없이 민사로 해결하는 게 원칙이고, 배임이 아주 심하면 사기죄로 처벌한다"며 "독일이나 일본은 형사법에 배임죄가 있지만, 법 적용은 민사가 우선이고 형사는 보충적으로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재판 전에 정보나 증거를 공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 도입이 배임죄 폐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때 회사가 가진 자료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배임으로 고소를 해서 검사가 강제 수사에 나서고 이때 확보한 자료로 민사를 하는 편법이 쓰이게 된 것"이라며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민사가 중심이 되고 형사를 예외적으로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성과를 빨리 내려다 보면 관료에 포위될 수밖에 없다"며 "이 대통령은 관료를 길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과한데, 그보다는 서두르지 않고 원칙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을 통제하려는 접근도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탐욕은 경제가 작동하는 원동력인데, 이걸 무조건 나쁘다고 하면 안 된다"며 "강남 집값을 잡겠다거나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정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