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4500억달러(에너지 구매 포함)·상호관세 15%'를 골자로 한 한미 통상협상이 데드라인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부는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을 끌어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해 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 찝찝한 부분도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상호관세 인하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3500억달러와 관련해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미국은 일본과의 통상 협정에서도 같은 수익 분배 방식을 적용했다.
문제는 '수익 90% 미국 소유'라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대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우리 당국자들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가 해석하기로는 '재투자'의 개념일 것 같다"며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건 정상적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설명은 한미 투자 펀드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수익을 내게 되면 이를 미국 내에서 다시 투자하게끔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미국 측의 원문에 'retain 90% of profits from the investment'(투자 수익 90%를 보유)라고 돼 있다"면서 "리테인(retain)이 무슨 뜻일지 논의해봤지만, 누가 얼마를 어디에 투자할지 자체가 특정이 안돼있기 때문에 미국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합리적으로 추론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사업을 추천해서 구매 보증(off-take)을 한 뒤, 미국에서 이익이 나오면 과실손금으로 한 번에 빠져나갈 수 있는데, (해당 자본이) 계속 미국에 머물러야 한다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김정관 장관도 워싱턴 현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비슷한 답을 내놨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의) 90% 발언은 김용범 실장 말처럼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미국에 재투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취득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놓고 일본 정치권에서 협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투자 방식은 출자, 융자, 보증 한도 등이 될 전망이다. 이 중 출자 방식의 투자는 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투자 이익 배분은 출자 비율에 따르기 때문에 펀드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취득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러트닉 장관의 '90%' 발언이 정치적 수사라고 본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90%를 가진다는 미국 측 발언은 계속 '스테이 인 필드(stay in field)' 하게끔 하는 재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을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는 차원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내면서 그런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