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지만, 후폭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8월 2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명심'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강선우 사태를 놓고 분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 후보자 자진 사퇴 논란을 거치면서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은 '명심 전달자'를 컨셉으로 잡았다. 반면 또 다른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의리'를 내세웠다. 민주당은 '비명횡사' 공천 이후 친명일체 상태로 수년을 이어왔는데, 이런 흐름에 금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강 후보자 자진 사퇴 막전막후를 보면 이런 흐름이 더욱 눈에 띈다.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발표하기 직전에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강선우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썼다. 이때가 오후 3시 30분이었다. 그리고 17분 뒤인 오후 3시 47분에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 사실을 발표했다. 박 의원이 대통령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 모양새였다.

박찬대 캠프 측 인사인 노종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동지란 함께 비를 맞아주고 함께 눈물 흘리는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동료 의원에게 위로 한마디조차 공개적으로 던지기 어려워질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 좋은 박찬대가 차갑게 행동했다. 그림자로 살아온 보좌진, 그들도 동지라는 생각이 뜨겁게 꿈틀대지 않았을까 저는 이렇게 짐작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 의원은 강 후보자를 위로하며 의리를 내세웠다. 그는 페이스북에 "인간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며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 사퇴 이후 정치권에 돈 '찌라시'도 명심 논란에 불을 붙였다. '정청래 당대표 당선 시 예상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글로 정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되면 전해철 전 의원이 안산갑 보궐선거에 출마해 원내에 입성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전해철 전 의원이 차기 당 대표에 출마하고 당권을 장악해 친문(이낙연) 세력의 화려한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여권 핵심 지지층 내에서 비명계를 일컫는 '수박'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을 이용한 여론전으로 보인다. 한 야당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자들 간에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며 "누가 더 대통령실과 긴밀한 지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정청래(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1일 충남 예산 신안면 조곡리에서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뉴스1

대통령실에서는 일단 당 대표 선거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에서는 브리핑을 통해 박 의원이 강선우 후보자 사퇴 촉구 글을 올리기 1시간쯤 전에 이미 강 후보자가 대통령실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박 의원의 글이 무색해지는 설명이었다.

민주당 당 대표 선거는 오는 8월 2일 열린다. 당초 이달 26, 27일에 호남권과 경기·인천권 순회경선을 열 예정이었지만, 폭우 피해 등을 감안해 8월 2일 서울·강원·제주지역 합동 순회경선과 통합해 치르기로 했다. 앞서 진행된 충청·영남권 순회경선에서는 정 후보가 박 후보를 큰 차이로 앞섰다. 정 후보 쪽으로 판이 기울었다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강 후보자 사퇴 논란 속에 박 의원이 얼마나 많은 표심을 가져왔을 지가 관건이다.

한 여당 보좌관은 "누가 당 대표가 되든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당내 지지층이 분화되는 걸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며 "정권을 잡으면서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강선우 사태가 시점을 더욱 앞당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