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다국적 연합훈련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 Alaska)에서 발생한 한국 공군 KF-16 전투기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의 실수로 12일 밝혀졌다. 유도로(항공기가 활주로로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도로)에서 이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공군에 따르면 당초 한국 공군 KF-16 전투기 3대는 전날(11일) 오전 9시 2분쯤 공중전술 훈련을 위해 미국 아일슨 기지에서 이륙할 계획이었다. 이 3대 전투기 모두 이륙을 위한 활주로가 아닌 유도로로 진입했다. 미국 공군 관제탑은 1번기(단좌)가 유도로에서 이륙하는 것을 보고 2번기(복좌)에 이륙 취소를 지시했다.

11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 공중전투훈련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에 참여한 공군 KF-16 전투기가 훈련 도중 파손된 KF-16 기체의 모습. /X 캡처

하지만 2번기 조종사는 정지거리가 부족해 항공기를 제대로 멈추지 못했고, 결국 비상탈출을 했다. 2번기는 유도로 끝단을 지나쳐 기지 내 풀밭 지역에 멈춰 섰다. 이 과정에서 KF-16 전투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파손됐다. 사고기의 전·후방석에 탑승한 조종사들은 모두 대위 계급이었다.

기체의 기계적 결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공군은 레드 플래그 훈련에 계속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로 중단했던 KF-16 전투기의 비행도 오는 13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이날 아일슨 기지에 도착한 한국 공군 사고조사팀은 미 공군 조사팀과 함께 조종사와 관제사의 진술, 사고기 상태 등을 확인하며 세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군 조종사의 실수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건 올해 들어 벌써 3번째다. 앞서 지난 3월 공군 KF-16 전투기 2대가 경기도 포천에서 시행된 한미연합훈련 중 민가에 MK-82 공대지 폭탄 8발을 투하하는 초유의 '민가 오폭'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민간인 40명 등 66명이 다쳤다. 조종사들의 부주의로 인한 좌표 오입력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지난 4월 18일에는 공군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비행훈련 중 기관총과 연료탱크 등 무장을 지상으로 낙하하는 사고를 냈다. 기관총 2정과 12.7㎜ 실탄 총 500발, 연료통 2개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산악 지역에 떨어지면서 민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사고도 조종사의 실수였는데, 히터 풍량을 조절하려다 버튼을 잘못 눌러 발생한 것이었다.

공군 관계자는 "통렬한 반성과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통해 유사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